한국인의 뿌리 깊은 사고 중 하나는 '음식에 관한한 야박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명절 때면 곳곳에서 모자라지 않도록 뭐든 푸짐하게 장만하고 그릇마다 수북이 담으려는 시어머니와 남으면 곤란하므로 딱 맞게 만들고 조금씩만 내놓으려는 며느리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보릿고개의 기억이 남아있는 세대에게 '지금 밥 못먹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얘기는 설득력을 갖기 힘든 듯하다. 음식 인심은 집안의 손님 대접에 국한되지 않는다. 밖에서도 일단은 넉넉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연히 한정식 등 코스요리를 시킬 때 양에 상관없이 가장 싼 걸 피해 한두 단계 위의 것을 택한다. 결국 엄청나게 많은 반찬과 밥이 그대로 물려진다. 말로는 "많이 드세요"보다 "조금만 드세요"하는 게 인사라고 하면서도 실제론 체면과 대우 때문에 먹지 못하고 버릴 정도로 시키는 셈이다. 뿐이랴.사람에 따라선 학교와 회사 구내식당처럼 각자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곳에서도 잔뜩 집었다 남긴다. 음식쓰레기를 줄이고자 정부가 '음식문화 개선 및 음식물류 폐기물 종합대책' 을 실시한다고 하는 가운데 국내 식당의 음식쓰레기가 중국의 10배에 가깝다는 보도가 나왔다. 베이징시장보(北京市場報)에 따르면 중국 식당에선 한 사람이 매끼 5.6원가량을 허비하는데 비슷한 식으로 계산하면 우리는 56원어치를 버린다는 것이다. 화폐가치와 음식물 값이 다르다 쳐도 우리의 음식쓰레기는 너무 많다. 하루에 발생하는 양만 1만3548t이고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5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음식을 버리면 천벌을 받는다며 밥알 하나도 못 남기도록 한 게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음을 떠올리면 실로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음식쓰레기는 자원의 낭비이자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커피나 술의 희석에 필요한 물의 양을 들먹일 것 없이 매립지에서 쏟아지는 침출수는 악취와 세균 번식의 온상이다. 음식쓰레기를 줄이자면 적게 만들고 적게 시키고 적게 담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먹거리에 대해선 허례허식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