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신 < 한국선박운용 사장 enlinje@dreamwiz.com > 군협지는 1962년 대만중앙일보에 연재된 무협지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66년 소개되었다. 와룡생이라는 작가가 썼다. 이 소설의 첫머리는 이렇다. 서원평이라는 18세 소년이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예를 연마하기로 결심하고 연마에 꼭 필요한 달마역근경을 훔치기 위해 야간에 소림사로 잠입한다. 그러나 아직 몸놀림이 빠르지 못하여 소림사의 스님들에게 들키고 경내에서 쫓기게 된다. 몸을 숨기려고 어느 방으로 불쑥 들어가니 입적을 앞둔 어느 선사가 고요히 앉아 있다. 이 스님은 서 원평을 앞에 앉히더니 손을 뻗어 원평의 등에 댄다. 뜨거운 느낌이 전해지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충만감이 밀려온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이젠 되었다는 말과 함께 스님은 입적하시고,서원평은 다시 도망간다. 그런데 이 등으로 전해진 것이 바로 달마역근경이었다. 서 원평은 싸우면 싸울수록 새로운 무예의 기법이 생각나 (저절로) 무예의 고수가 되어 간다. 필자가 신기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이 장면,등에 손을 대니 지식이 머리에 들어오더라는 대목이었다. 선생님이 내 등에 손을 대 주면 국어고,수학이고 모두 머리에 들어올 수 있을 텐데 하고 공상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지금 세상은 어떤가? 무선 인터넷으로 파일을 전송받으면 어마어마한 지식이 내 컴퓨터로 들어오지 않는가? 차 한 잔 마실 시간 정도에 파일을 전송받는 것은 인터넷 후진국 중에서도 후진국의 일이고 서울에서는 아무리 큰 파일이라도 차 한 모금 마실 정도의 시간이면 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와룡생의 상상이 불과 30년 만에 현실로 바뀐 것이다. 상상의 힘이란 이렇게 큰 것이다. 가정이나,기업이나,국가나 상상력을 동원하여 미래를 그려 보는 일은 중요하다. 미래가 있느냐,없느냐는 물음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느냐,없느냐의 물음일 수도 있다. 미래를 그려볼 줄 아는 사람,즉 상상력의 전문가를 우리는 좀 더 양성하고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가 정치인이건,경제학자건,소설가,만화가건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