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 이후 오래간만에 상어 영화 한 편이 관객들을 만난다. '죠스'의 상어가 해변가에 모인 다수의 피서객들을 덮친다면 26일 개봉하는 '오픈 워터'(Open Water)에서 위기에 처한 인물들의 상황은 훨씬 더 나쁜 편이다. 주인공 두 남녀가 식인 상어와 마주치는 곳은 바다 한가운데. 사람들은 이들이 조난당한지도 모르며 상어 떼와 대적한 어떤 무기도 없다. 그렇다고 상어떼는 단번에 이들을 삼키려 하지도 않는다. 망망대해에 두 사람만 덩그러니 떠 있고 주위에는 상어의 푸닥거림만 있을 뿐 죽음은 조금씩 인물들을 엄습해 온다. 바쁜 도시의 생활을 벗어나 작은 섬으로 스쿠버 다이빙 여행을 떠난 대니얼(대니얼 트래비스)과 수잔(블랜차드 라이언) 커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먼 바다로 나가 장비를 착용하고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한다. 파란 바다와 그 속의 신비로운 자연, 바닷속 풍경을 만끽하고 물 위로 올라오지만 순간 이들 앞에는 경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져 있다. 가이드의 실수로 이미 배도 일행들도 떠나고 없는 것. 처음에는 황당해하기도 하고 구조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기도 하지만 상황은 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 추위와 배고픔은 그래도 견딜 만한 편, 상어가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이며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급기야 대니얼은 상어에게 다리를 물리고 피 냄새를 맡은 상어들은 이들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허공을 향해 소리쳐봐야 아무 소용 없는 것. 체온은 내려가고 출혈은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정신마저 혼미해져간다. 다른 동물 재난영화가 재난의 발생과 해결(혹은 도피) 과정을 주된 축으로 하고 있다면 '오픈 워터'의 줄거리는 이보다 훨씬 간단한 편이다. 영화의 대부분이 되는 배경은 바다 위, 주요 등장 인물은 두 주인공과 상어뿐이다 카메라가 주로 담고 있는 것은 상어의 위용보다는 위기에 빠진 두 사람이다. 인물의 절박한 상황은 이들의 실종 사실이 점점 알려져 가는 육지의 모습과 번갈아 비춰지며 고조가 되고 그 과정에서 이들이 겪는 공포는 상어 자체보다는 막막한 자연에서 나온다. 바다 위라는 단조로운 배경에 바닷속에 버려져 구조를 기다린다는 한가지 상황만이 영화의 전체를 아우르고 있지만 그 속에는 긴장과 갈등, 위기와 공포라는 서스펜스의 요소들이 빠짐없이 담겨 있다. 화려한 화면이 없다고 해서 영화가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는 말이다. 서스펜스의 재미는 영화 전체를 타고 흐른다.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 같은 트릭을 사용하지 않고 실제 바다에서 촬영됐다. 진짜 상어들을 통제하기 위해 상어 조련사가 투입됐으며 바닷속 장면은 서인도제도 부근의 바하마에서 120여 시간 동안 촬영됐다. 실제로 스쿠버 다이빙 광이기도 한 크리스 켄티스 감독이 시나리오와 함께 연출을 맡았으며 1998년 호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미국인 부부 실종사건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79분.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