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항로대에 진입한 북측 화물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성심껏 돕겠습니다" "동지들 건강하십니까. 수고가 많습니다. 이번 처음으로 (제주해협을) 가는 기쁨이 대단히 큽니다" 북한 화물선 2척이 15일 밤부터 16일 새벽사이 분단이후 처음으로 제주도∼추자도 해역을 진입, 통과해 제주해협이 `평화의 바닷길'로 재탄생했다. 한반도를 사이에 둔 동해와 서해를 연결하는 지름 길인데도 유독 북한의 민간 선박에 대해서만 통제되던 제주해협이 지난 10일 경기도 문산에서 열린 제5차 남북해운협력 실무접촉 합의에 따라 이날부터 활짝 열린 것이다. 이날 오후 10시께 반달이 구름에 가려 칠흑같은 어둠에 휩쌓인 소흑산도 남방 23마일 해상에서는 분단 55년만에 제주해협에 처음 진입하는 북한 남포선적의 9천t급 화물선 대동강호(선장 최진택.59)와 제주해경의 1천500t급 경비구난함 제민1호(함장 강홍렬 경정)가 4㎞를 사이에 두고 첫 교신을 했다. "대동강호, 여기는 남측 해양경찰입니다. 감도 좋습니까. 환영합니다"라는 우리측의 첫 발신에 북측 화물선은 "예 잘 들립니다. 건강하십니까. 수고가 많습니다. 동지들"이라고 화답을 보내 오면서 제민1호에 감돌았던 긴장이 한 순간에 풀렸다. 이어 "최초로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소감이 어떠냐"는 물음에 대동강호 최선장은 "반갑습니다. 이번 처음으로 가는 기쁨이 대단히 큽니다"라고 전해왔고, 광복 60돌에 대한 소감으로는 "서로가 하나가 돼서 통일을 바라는 우리 인민들의 의향이 그대로 담겨 있으니까 기쁘기 이를데 없다"고 말했다. 또 북측 대동강호는 "선원이 46명이며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대동강호를 2시간 늦게 뒤따라 오는 2천750t급 황금산호는 이날 자정께 제주해협에 진입, 250t급 제주해경 경비함의 안전 및 보호경비를 받게 되며 이들 북측 화물선은 16일 오전 7시부터 제주해협을 차례로 통과해 공해상을 거쳐 목적지인 청진항으로 항해한다. 이날 제주해경은 예우 차원에서 북측 화물선에 서치라이트를 비추지 않아 취재진들은 선박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고 선미등 불빛만으로 북측 화물선이 지나가고 있음을 직감해야 했다. 또 영해를 항해하는 타국 선박의 경우 마스터에 통과국의 국기를 게양하고, 자국기는 선미에 다는 통상적인 통과 예우가 지켜졌는지도 짙은 어둠 때문에 확인되지 않았다. 제민1호 강 함장은 "광복 60주년이 되는 날 남과 북이 합의에 의해 이렇게 북측 화물선이 제주해협을 통과하게 돼 뜻이 깊다"며 "앞으로 북측 상선들이 제주해협을 자주 이용,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김승범.김호천 기자 ksb@yna.co.kr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