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직위, 민간채용 40%뿐..관료에만 '열린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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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민간에서 3년만 근무해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개방형 직위를 과장급으로까지 확대하는 등 민간인의 공직 진입 장벽을 낮춘다고 11일 발표했다.
그러나 2000년 정부 부처에 '개방형 직위제'가 도입된 지 6년이 다 돼가지만 민간 전문가 영입을 위한 개방형 공직에 실제 민간인이 채용된 경우는 절반에도 미달,임용기준 완화에 앞서 민간 전문가 활용을 위한 실질적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중앙부처 내 개방형 직위(1∼4급) 152개 중 140개 자리의 채용이 끝났다.
그러나 이 중 민간 전문가에게 돌아간 자리는 전체의 40%인 56개에 그쳤다.
나머지 60%는 모두 공무원들이 차지한 것이다.
'공무원을 위한 개방이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무늬만 공직 개방
재정경제부에서 대표적인 개방형 직위는 국제업무정책관(1급)이다.
외환 정책과 국제 경제협력,해외투자 정책 등을 담당하는 이 자리는 민간의 우수한 전문가를 영입해 정책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2001년부터 대내외 공모를 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자리에 민간 전문가가 영입된 적은 한번도 없다.
초대 공모 국제업무정책관인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을 비롯해 2대 권태신 재정경제부 제2차관,3대 진동수 조달청장 등은 모두 재경부 관료였다.
지난달 진 정책관의 조달청장 승진으로 공석이 된 이 자리를 재경부는 또 공모 중이다.
그러나 관가에선 벌써부터 재경부 누구 누구가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민간에선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 공모는 '무늬만 공모'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도 최근 "국제업무정책관은 개방직인데 왜 재경부 관료들이 독차지하느냐"고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자리 성격상 국제금융 정책 경험이 필수적이란 점에서 자연스럽게 재경부 관료들이 뽑힌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한 금융회사 임원은 "정책 경험이 필수적이어서 재경부 관료들이 적임이라면 그 자리는 개방형 직위로 부적절한 것"이라며 "민간 출신이 원천적으로 갈 수 없는 자리를 내놓고 공모한다는 건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꼬집었다.
◆겉도는 직위 공모
정부는 지난 4월 국장급에만 적용해 온 개방형 직위를 과장급으로 확대하고 개방형 직위에 대한 민간인 진출 비율을 50%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공무원들조차 회의적인 반응이다.
정부가 국·과장을 아무리 많이 민간에 개방해도 공직에 대한 매력이 그리 크지 않아 민간 전문가 채용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재경부는 올초 부동산 등 국유 재산을 관리·매각할 국유재산 과장을 민간에서 영입키로 하고 지난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공모를 실시했으나 적임자를 못 찾았다.
결국 응모 대상을 공무원으로까지 확대해 최근 3차 공모를 실시했다.
지난 10일 3차 공모 접수 결과 재경부 직원 1명을 포함해 3~4명이 응모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내심 대기업에서 재무관리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기대했지만 그런 전문가들은 낮은 연봉 등을 이유로 응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간 공모 직위의 숫자를 늘리기에 앞서 △우수 민간 전문가 영입을 위한 과감한 연봉 인상 △객관적 공개채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차병석·김혜수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