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써본 사람은 모른다. 휴대폰이 얼마나 편리한지.약속시간이 지났는데 길이 막혀 안절부절해본 사람에게 차 속에서 전화로 "기다려 달라"고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소리 없이 주고 받는 문자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지구상 어디라도 보낼 수 있는 e메일과 뭐든 찾아내는 인터넷 검색의 유용성 또한 말로 다하기 어렵다. 그러나 휴대폰은 간혹 받지 않아도 좋을 연락을 꼼짝없이 받게 만든다. 전화면 피할 수도 있지만 문자메시지는 그럴 도리가 없다. 그나마 번호를 알려준 데서 오는 것이나 스팸이라도 번호가 무작위로 추출한 듯한 건 견딜 만하다. 도대체 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싶은 데서 걸려오는 건 머리카락을 쭈뼛거리게 만든다. 오죽하면 '휴대폰과 애인의 공통점'이란 우스갯소리 가운데 '때에 따라 무기로 돌변한다'는 게 있을까. 편하지만 무섭기는 e메일도 같다. 수백통의 쓰레기메일은 귀찮긴 해도 겁나진 않지만 공지사항을 띄운 다음 들어오는 특정상품 광고나 보낸 편지와 비슷한 주소로 온 쓰레기메일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백화점 사은쿠폰이 그때그때 구입품이 화장품이냐 생필품이냐에 따라 마사지팩이나 장바구니로 달라지는 것도 당황스럽다. '머리 속 생각 외에 지킬 수 있는 비밀은 없는가' 싶어서다. 그러나 구매 행동이 속속들이 알려지는 건 신용카드 사용이라는 편리함을 담보로 개인정보를 밝힌데 따른 결과다. 사생활을 파헤치게 하는 개인정보 유출의 경우 인터넷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것도 있지만 이용자 스스로 정보를 내준 것도 많다고 한다. 검색엔진의 성능이 좋아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온갖 걸 뒤질 수 있는데도 너무 쉽게 개인정보를 내놓는다는 얘기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작은 공짜를 위해 개인정보를 주거나 누구나 검색 가능한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을 공개한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한번 퍼진 정보는 주워담기 어렵다. 생각은 변하고 세상엔 비밀로 간직하는 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도 많다. 불법 도청과 해킹을 겁내기에 앞서 자신의 정보와 비밀부터 잘 지킬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