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산법 개정 '밀어붙이기'는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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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최근 금산법(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대기업집단의 금융 계열사가 소유한 타 계열사 지분을 5% 이하로 유지하려는 의도로 제정된 금산법 조항을 가지고 뒤늦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97년 제정된 금산법에는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초과 보유시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었는데,단 부칙에서 이미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승인받은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 첨부돼 있었다.
그런데 이를 98년 개정하면서 "…24조 1항(금감위 승인절차)에 의해 승인받은 것으로 본다"는 애매한 표현의 조항이 들어갔다. 승인을 따로 다시 받으라는 건지,아니면 금감위 승인절차도 이미 거친 것으로 봐 승인을 해준 것으로 한다는 건지가 다소 애매한 이 조항 때문에 당시 삼성전자 지분을 5% 이상(8.3%)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에 대해 지금 와서 보유지분에 대해 별도 승인을 안 받았다는 이유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앙일보와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삼성캐피탈이 금감위와 공정위의 승인을 받아 취득한 에버랜드 주식은 삼성캐피탈과 삼성카드의 합병이 이뤄지면서 삼성카드로 소유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승인을 따로 받지 않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금산법에 이를 처벌할 근거조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정부는 [1]금산법 제정 이전에 취득한 지분은 모두 인정 [2]금산법 제정 이후 처벌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승인없이 취득한 지분은 의결권 제한 [3]금산법 개정 이후 승인없이 취득한 5% 이상 지분은 처분 등 시정조치 가능 등의 내용을 담은 금산법 개정안을 내놓았다.그러나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은 5% 이상 지분을 모두 처분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야당이 오히려 정부안에 동조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더 지켜봐야겠지만 역시 근본적인 것은 대기업집단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기본적 시각의 문제이다. 최근 들어 부작용이 지적되고는 있지만 대기업집단의 선단식 계열구조가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룬 배경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논의가 활발한 소유 및 지배구조는 각국의 역사와 배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공존하고 있다. 지배구조의 수렴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소유지배구조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지배구조간 경쟁이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보다 효율성이 제고된다는 논의도 설득력있게 진행되고 있다.
한마디로 정답이 없는 문제인데도 정답이 있고 그 정답을 모두 따르라는 논리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문제도 그렇다. 산업자본의 금융업진출 불가라는 논리로 인해 은행산업은 거의 외국자본에 내주게 됐다. 한미.제일.외환은 경영권까지 외국자본에 내주고 국민 85%,하나 75%,신한지주 65%의 숫자에서 보듯 외국인 지분이 거의 절대적인 산업이 돼버렸다. 남들은 유태인자본 화교자본 키워서 엄청난 재미를 보고 있는데 우리는 애써 키운 산업자본을 어떻게든 범한류자본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는커녕 서자 취급하면서 홀대하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안은 소급입법금지원칙에도 위배되고 강제처분조치가 재산권의 과도한 제한이란 점에서 위헌 소지도 다분하며, 몇조의 주식물량이 상장 및 비상장시장에 쏟아질 경우 많은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또한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에 대해 보호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논리에도 역행한다.
그래도 밀어붙여야 된다면 할 수 없겠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부작용이 많은 조치를 강행하려 하는지,혹시 명분이 너무 앞서 실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국가경제적 차원에서 돌아봐야 할 때이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