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의 음대 강사 홍미주(성현아). 외제차에 넓은 저택, 그리고 다정한 남편과 착한 두 아이, 친자매같은 시누이까지, 그녀의 삶은 완벽해 보인다.


자폐증이 있는 큰 딸 정도가 그나마 있는 빈틈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냥 완벽해 보이던 그녀의 삶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발단은 누군가에 의해 전해진 첼로 연주 테이프. 사실 미주에게는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는 그녀만의 비밀이 있다.


'분홍신', '여고괴담4', '가발'에 이어 올 여름 마지막 국산 공포영화인 '첼로'가 18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신발과 목소리, 가발에 이어 이 영화가 내세운 소재는 제목 그대로인 악기 첼로, 그리고 이에 얽힌 과거의 기억이다.


무언가 혹은 누군가에 의해 한 명씩 죽어가는 가족들. 누구인지, 무엇 때문인지, 그리고 미주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지 영화는 저음의 첼로 선율과 함께 펼쳐진다.


미주는 원래 장래가 촉망되는 첼리스트였다.


첼로 연주를 그만 둔 것은 대학시절 일어난 차 사고 때문. 이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만족하던 그녀는 어느날 테이프 하나를 전해 받는다.


10년 전 자신과 단짝 친구 태연(박다안)이 연주한 첼로 선율이 담긴 테이프. 이 때부터 그녀의 주변에는 심상치 않은 일들이 하나씩 일어난다.


학점에 불만을 가진 제자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미주에게 맞서고 실연을 당한 시누이(왕빛나)는 옛 남자친구에게 집착하며 폐인처럼 변해간다.


마침 이 집에는 한때 자살을 시도해 지금은 말을 못하게 됐다는 수상한 가정부가 새로 들어온 터. 머지 않아 시누이가 목을 매 자살을 하자 공포의 분위기는 점점 커져 가더니 어느날 집에 돌아와 보니 막내딸 윤혜(진지희)는 테라스 끝에 손가락을 걸친 채 매달려 있다.


영화는 꽤나 설득력 있는 반전과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CF와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특수 촬영과 비쥬얼 이펙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던 신인 이우철 감독은 이 영화로 비교적 무난한 데뷔전을 치러낸 듯하다.


미스터리의 퍼즐은 비교적 꼼꼼하게 얽혀졌으며 반전 역시 명쾌한 편이다.


주어진 단서로 진상을 추리하는 과정의 난이도 조절도 적당한 편이며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화면의 톤도 무리 없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장면 장면 공포의 강도는 그다지 센 편은 아니다.


깜짝 놀랠 뿐 오싹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놀래키기나 과장된 효과음에 기댄 까닭에 공포는 소름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이 때문에 무서움은 정서를 타고 흐르는 데에는 실패한다.


포인트가 되어야 할 장면에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점, 여기에 일부 연기자들의 자연스럽지 못한 대사도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사 태감의 창립작품으로 40일, 33회차 촬영, 순제작비 20억원의 알찬 프로덕션 과정을 거쳐 제작됐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4분.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