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 60주년이 다가옴에 따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기념사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할 메시지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일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직후 경축사 집필에 본격 착수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기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예년의 경우 일찌감치 7월말께 연설팀과 홍보수석실 등 유관 부서들과 수차례 독회를 했던 관례와 달리 10일 현재까지 초안 공개와 독회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경축사에 대한 관심을 더하고 있다. 이는 노 대통령이 광복 60주년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앞에 두고 고민이 깊을 것이란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역사성'의 관점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광복의 완성을 이룩하고, 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것이라는 게 참모진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일본의 정치.경제.군사적 이해관계가 충돌할 동북아의 질서재편을 앞둔 현 시점에서 우리 민족이 어떤 전략적 자세를 취해야 하느냐는 원대한 의제도 경축사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8.15 경축사의 핵심 키워드가 취임 첫해 '자주국방'에 이어 지난해 '과거사청산'이었다면 이번에는 통합의 역사적 당위성 강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사회통합을 바탕으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선진한국의 출발점이자 민족통합으로 나아가는 대전제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시에 노 대통령이 낡은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환골탈태를 바라는 호소이자 북한에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 등 민족통합의 대의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도 띠고 있는 분석이다. 특히 시민사회를 향해 갈등과 대립에서 탈피해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 참여'를 촉구하고, 정치권에 대해서는 망국적 지역감정을 확대재생산하는 지역구도 정치체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기득권 포기'를 촉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큰 비전과 어젠다를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특히 국민통합, 남북관계, 동북아시대 비전이 핵심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특히 동북아시대에 관한 메시지에는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동북아에서 EU(유럽연합)와 같은 화해와 협력, 통합의 질서를 창조해 나가느냐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자 전략적 방향이란 지론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100년전 열강의 주도권 각축 속에 국권을 침탈당했던 암울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주국방의 역량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역내에서 주도적인 갈등 조정자 역할을 맡겠다는 동북아균형자론도 다시 거론될지 주목된다. 6자회담을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과 민생경제, 도청문제 등과 관련해 시의성 있는 메시지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이중 도청문제는 참여정부가 시대적 과제로 내세우는 과거사 규명 및 청산작업과 직접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적어도 원론적인 방향은 제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축사는 통합 같은 큰 비전이 담길 것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집필하고 있는 만큼 어떤 방향으로 메시지의 큰 줄기가 잡힐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