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통령의 '튐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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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불거진 '대연정' 소동뿐 아니라 그동안의 대통령 행적을 보면 그에게 '선천성 튐 증후군'이라고 부를 만한 심리적 문제가 있는 듯하다.
이 증후군은 한시라도 남들 앞에서 튀지 않으면 못견디는 정신상태를 말한다.
이런 성향은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우리 대통령의 이 증후군은 남달리 강해 보일 뿐 아니라 그가 대통령이다 보니 더 잘 눈에 띄고 더 국민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싸우기와 튀기(더 정확하게는 싸움을 통한 튀기)는 대통령의 가장 뚜렷한 행동 특징이다.
작년에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탄핵 소동도 대통령의 이런 성향이 부추겼고,그 과정에서 대통령은 아마 큰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싸움 튀기'를 원대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기기까지 했으니.
그뿐 아니라 대통령은 자신이 뭔가 '역사적인 사명'을 띠고 있다고 굳게 믿는 듯하다.
그런데 이 역시 그의 튐 증후군을 통해 나타난다.
그는 지역주의 타파를 일생의 목표로 삼은 듯하고, 사실 이런 점에서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주의 타파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무슨 연정이니 뭐니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착각이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노력은 마땅히 해야 하지만, 그것은 튐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꾸준한 제도 개선과 문화 창달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느닷없이 대연정이라니? 상식과 기본을 어긴 뜬금없는 제안에 어안이 벙벙하다.
아무리 역사적 사명의 과대망상과 선천성 튐증이 어울렸다고는 하나, 이런 중차대한 일을 그런 식으로 국민에게 던지는 것은 그 내용의 바람직함 여부를 떠나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대단히 무책임하고 경박한 일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뽑아주었으면 임기 중에 최선을 다해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능력이 부치면 부치는 대로 최선을 다하고 모자라는 능력은 보좌진들에게서 보충해가면서 공부하고 노력하며 국정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정말 대연정을 하고 싶으면 우선 한나라당 사람들을 청와대에서든 음식점에서든 조용히 만나서 의사를 타진하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
그런 과정을 모두 다 생략하고 느닷없이 인터넷 편지를 통해 국민에게 호소하다니, 한나라당이 연정을 하고 싶어서 밤잠을 못 이룬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래,좋소! 하며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런 걸 모를 리 없는 우리 대통령, 그러나 알고 모르고를 떠나 우선 인터넷에 올리고 싶은 그 충동을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우리 대통령.사태의 진실은 거기에 있다.
대연정 제안에 대해 야당과 국민들이 싸늘하게 반응하자 대통령은 대연정의 핵심은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이쯤 되면 좌충우돌에 횡설수설이 겹친 꼴이다.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서는 선거구제 개편이 꼭 필요하지만, 그것은 국회에서 정당들이 의논해 결정할 일이다.
인터넷 편지로 될 일도 아니고,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 그런 것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면 우리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국민이라면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노 대통령을 도와야 하는 까닭은 땅바닥까지 추락한 대통령직의 권위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도록 행동하는 대통령이 안타깝다.
노 대통령의 튐증은 대통령직의 무게를 떨어뜨리고 국민을 경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대통령을 아무도 존경하지 않는 나라는 불행하다.
대통령이 국민을 경시하는 나라는 더 불행하다.
지금 노 대통령의 선천성 튐 증후군이 바로 이런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부디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 혼란한 국정을 바로잡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