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탈리아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국가 신용등급을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단계 떨어뜨리겠다고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S&P는 하루 전인 8일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바꾸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18개월 내에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현재 'AA-'인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전환했다는 것은 현재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S&P는 지난해 7월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신용등급이 여기서 추가로 한 단계 낮아지면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은 'A+'가 된다. 현재 유로를 사용하는 유로존 12개국 중 이탈리아보다 국가 신용등급이 낮은 나라는 그리스(A)뿐이다. S&P가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를 하고 나선 것은 이탈리아 정부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축소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오히려 내수 부양을 위해 올해 중 50억유로 상당의 정부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S&P는 이 같은 재정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 나갈 경우 이탈리아의 재정적자가 유럽연합의 억제 상한선인 GDP의 3%를 넘어 내년에는 5%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경제가 당분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S&P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일조했다. 이탈리아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본격적인 침체에 접어 들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