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따로 또 같이‥정만원< SK네트웍스 대표 >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내가 CEO로 몸담고 있는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기업이다.
1953년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폭격으로 불타 버린 직물기계 20대를 정비해 설립한 선경직물이 바로 SK네트웍스의 전신이다.
그후 발전을 거듭해 현재의 SK네트웍스는 SK상사,SK유통,26개의 유통 대리점이 통합된 SK에너지판매 등 30여개의 회사가 모여 이뤄졌다.
따라서 CEO로 부임해 SK네트웍스란 하나의 이름으로 구성원의 힘을 모으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조심스러운 과정이었다.
우선 전 임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구성원들은 '한마음 운동회'를 통해 몸을 부딪치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동료애를 깨달아갔다.
마지막에 전 구성원이 손을 꼭 잡고 하나로 어우러져 노래 부르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명확한 비전 제시도 빼놓을 수 없다.
마케팅 회사로서 모든 사업부문은 고객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서로 합심해 시너지를 창출할 때 세계 최고의 '통합 마케팅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심어주었다.
세 번째는 활달하고 역동적인 기업문화의 구축이다.
구성원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봉사와 희생을 통해 솔선수범하는 서번트리더십을 기반으로 전 구성원이 자유롭게 의견과 아이디어를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문화와 비전 공유로 일체감을 심어주되 각 사업의 특성은 마음껏 발휘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SK네트웍스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축적과 돌파를 통해 성장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현대사회는 국경과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디지털컨버전스의 시대다.
따라서 서로 다른 영역을 폭 넓게 수용하고 이해할 줄 아는 다양성의 존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근 SK가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 체제로 가되 브랜드와 기업문화는 공유하자는 의미의 '따로 또 같이'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로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적합한 경영 방식인 것이다.
'따로'일 때 각자가 지닌 개성과 장점은 무한하게 발휘된다.
또 '같이'일 때 역량을 결집시켜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
바야흐로 다양성과 일체성의 조화가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