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9일 국정원 불법도청 파문과 관련, 특별법안과 특검법안을 각각 발의키로 함에 따라 불법도청 파문을 둘러싼 장외공방이 국회로 옮겨지게 됐다. 민간기구를 통해 도청테이프 공개여부를 결정하자는 내용의 특별법안과 특별검사에게 사건 수사와 공개를 맡기도록 하는 특검법안은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에 상정된 뒤 본격적인 심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두 법안은 산술적으로는 다음달 내에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도 있지만, 여야가 각각 상대방이 제출한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법사위에서 지루한 공방이 계속될 개연성이 높다. 일단 법사위의 구성이 열린우리당 8명, 한나라당 6명, 민주노동당 1명으로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안의 처리 가능성이 특검법안 처리 가능성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당이 특별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경우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우리당이 법사위에서 특별법안을 단독처리하더라도 본회의에서는 전체 299석 가운데 146석으로 과반수에 미달하기 때문에 법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우리당은 특별법안 처리와 관련, 일단 민주노동당과의 공조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은 나머지 야3당과 함께 특검법안을 공동발의했지만, 다른 야당과는 달리 도청테이프 내용 공개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안 처리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민노당은 도청테이프 수사를 특검에 맡기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특별법안에 찬성하더라도 특검법안과 함께 `패키지 통과'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별법안과 특검법안은 대립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특별법에 의해 구성되는 `제3의 기구'가 특검의 자문기구 성격이라면 특별법안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당이 민노당 등 야당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단독처리 수순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까지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마당에 여당이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특별법안은 재적인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한 국무위원해임안과는 달리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통과되기 때문에 우리당이 본회의에서 무소속을 포섭할 경우 야4당과 표대결을 벌여도 승산이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야당이 공동발의한 특검법안은 우리당의 수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야당이 결국 특별법안에 합의해주는 대신 특검법안 처리를 약속받는 식으로 우리당과 절충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특별법안과 특검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두 법안의 내용을 절충하는 `제3의 법안'이 대안으로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특별법이든, 특검법이든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여야간 치열한 법리논쟁과 신경전이 예상되면서 법안 심의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