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산업개발이 2797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고백하자 '왜 하필이면 이 시점에'라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두산산업개발은 과거 분식회계를 해소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내년 말까지라고 해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판단에서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번 경영권 분쟁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박용성 회장측의 비자금 조성과 외화 밀반출 혐의를 담은 진정서를 검찰에 냈던 박용오 전 회장측은 당장 "박용오 전 회장에게 책임을 덮어씌우기 위한 '고해성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황희철 1차장 검사는 "박용오 전 회장측이 최초 제출한 진정서에는 이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박용성 회장측으로부터 분식회계에 대한 자료를 받아 분석해 본 뒤 수사 자료로 활용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이 시점인가 두산그룹측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라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일축했다. 올초부터 분식회계 고백 여부를 고민해 왔으며 때마침 집단소송제 도입을 입법 예고,내년 말까지 분식회계를 자진 해소하면 각종 징계나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는 정부 방침도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오는 15일까지 올 상반기 결산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데 시간이 별로 많지 않아 발표했다"며 "상반기 결산에 처리하지 못하면 연말 결산에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분식회계 사실을 알고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결국 박용성 회장이 직무 유기 등의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그러면서 두산산업개발 경영진에게 분식회계 책임을 돌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산업개발 경영진들이 전적인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제2의 폭로전인가 그러나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박용오 전 회장측은 "박 전 회장이 대외 업무를 챙기느라 그룹 실무는 그룹의 전략기획본부장인 박용만 ㈜두산 부회장이 도맡아 왔는데 왜 이 시점에 분식회계를 고백했겠느냐"며 "과연 박 부회장이 몰랐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즉 박용만 부회장을 포함한 박용성 회장측이 분식회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용성 회장측은 이 같은 박 전 회장측의 반응에 "결코 박용오 전 회장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순이나 폭로전이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박용만 부회장은 전혀 분식회계건을 보고받지 못했다. 알았다면 가만 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박용성 회장측은 또한 분식회계는 건설회사 대부분의 관행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1996년부터 그룹 회장직과 지난해부터 두산산업개발 회장직을 맡았던 박용오 전 회장에게 도덕적 책임은 없지 않다는 입장이다. 두산산업개발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이나 실무진이 박용오 전 회장이나 박용만 부회장에게 분식회계를 한번이라도 보고한 적이 없다"면서 "현금흐름이 포착되는 회계 처리가 아니여서 그동안 회계법인도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홍열·정인설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