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씨(가명·29)의 직업은 아르바이트.1997년 전문대를 졸업한 이후 지금까지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며 집안의 생활비를 벌고 있다. 정규직을 잡지 못해 아르바이트 외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이 모두 병을 앓고 있어 사실상 집안에서 가장 노릇을 하고 있다"며 "조직에 얽매이기 싫고 아르바이트 생활을 즐기는 이른바 '프리터'('Free'와 'Arbeiter'의 합성어)족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로 청년실업이 넘치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신빈곤층'이 늘고 있다.



8일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아르바이트생 635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59.8%(한국형 프리터)가 정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유롭게 살고 싶어 정규직장 대신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진정한 의미의 프리터(일본형 프리터)는 14.8%에 불과했다.


'한국형 프리터'의 특징은 노동강도가 높은 데 비해 급여는 낮다는 것.1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8.2%에 달했다. 이런 격무속에서도 이들의 월평균 급여는 83만7000원. 3인 가족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정부가 설정한 최저생계비(월소득 90만7929원)에 미달하는 빈곤층에 속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생계형 아르바이트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크루트가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선 생활비나 학비 등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는 구직자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45.5%를 차지했다. 이를 올해 59.8%와 단순비교할 경우 15%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올 들어 정부보조금을 지원받는 가구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지자체 복지분야 예산 집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 자치구들은 올 하반기 추경예산 편성을 고려하고 있다.


금천구는 8억원을 추경편성할 계획이다. 월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가 작년 1월 4601명에서 지난 7월 말 5638명으로 22.5% 급증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여지껏 추경예산이 8억원에 달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이 1촌 이내로 완화된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보조금을 많이 신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