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4일 연속 하락하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작년 4월과 올 4월 두 차례 경험했던 급락장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유가의 고공 행진 등 당시와 증시 환경도 엇비슷해 급락 재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해외 펀드에서는 자금유출 현상이 목격되고 있어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지고,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아직 유동성 위축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며,중국과 선진국 경제가 확장을 지속하고 때문에 급락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작년과 올해 4월은 말 그대로 '잔인한 4월'이었지만,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도전받고 있는 유동성 논리 국내 증시는 2년째 상승 추세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작년 4월과 올 4월 급락의 쓰라림을 맛봤다. △미국 금리 인상 △유가 급등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등의 3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4월에는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이 처음으로 감지되며 20% 가까이 급락했다. 현재 상황도 비슷하다. 일단 유가는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여기에다 9일(한국시간 10일 새벽)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도 앞선다. 미국의 부동산 열기가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고용도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금리 인상폭이 예상치(0.25%포인트)를 넘거나,인상 행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경우 국제 투자자금의 유입이 크게 둔화하고 '유동성에 힘입은 세계 증시의 동반 상승'이라는 논리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 김정훈 연구원은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가 연 4.5%를 넘어설 경우 이머징마켓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책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로 불릴 만큼 꼼짝하지 않던 10년 만기 미국채는 6월 말 3.90%를 찍고 상승 반전해 4.38%로 높아진 상태다. ◆4월 급락장과는 다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이 3대 악재에 힘없이 무너진 작년 4월과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많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우선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걱정이 크게 낮아졌다. 중국은 상반기 성장률이 9.5% 달할 만큼 견실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가 확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작년 4월에는 IT업황이 정점을 이루며 경기 둔화 우려감이 컸지만,지금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반전한 데서 보듯 실적 회복 기대감이 높다. 유가도 배럴당 60달러대로 올라서기는 했지만 영향력은 크게 감소했다. 60달러 선에서 억제될 경우 세계 경제 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는 힘들다는 공감대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립식 펀드 신규 계좌가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풍부한 유동성의 지원도 받고 있다. 또 가장 큰 악재인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실현되더라도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추가 급락의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