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이 아시아를 비롯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등 신흥시장 은행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인수 합병(M&A)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일본 유럽 등지에서의 잇따른 금융 스캔들로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은 씨티그룹이 다시 본격적으로 해외 영업을 강화할 뜻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찰스 프린스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한미은행을 27억달러에 인수한 사례를 들며 "이와 비슷한 M&A를 보다 더 많이 성사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은행 인수로 한국 금융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당초 2~3%에서 10%로 높아졌다"며 "국제 시장에서 씨티그룹의 주도권 확대를 앞으로 10년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프린스는 특히 "우리가 지난 200년간 이루어 놓은 것을 다른 업체가 빼앗도록 놔둘 수 없다"며 각종 스캔들로 실추된 도덕성이 회복되면 본격적인 은행 인수에 나설 뜻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와 관련,"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린 M&A 금지 조치가 올해 말까지는 해제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내년부터 이머징 마켓에서 본격적으로 M&A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FRB는 씨티그룹이 계속 금융스캔들을 일으키자 지난 3월 "내부 통제제도가 강화될 때까지 대규모 M&A는 자제하라"며 씨티그룹의 M&A를 사실상 금지시켜 왔다. FRB의 조치로 '근신 중'인 씨티가 서둘러 해외진출 방침을 밝힌 것은 라이벌 금융회사들이 최근 신흥시장에 잇따라 진출,씨티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의 경쟁업체는 한미은행 인수에서 씨티와 경합을 벌였던 HSBC를 비롯 한둘이 아니다. 특히 미국 내 라이벌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는 두달 전 30억달러에 중국건설은행 지분 9%를 매입하기로 하는 등 이머징 마켓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실적부진과 내부 진용 개편도 씨티그룹이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씨티그룹은 올 2분기 순익이 4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는 부진한 실적을 보이며 월가를 크게 실망시켰다. 또 밥 윌럼스태드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최근 사임을 발표하고 샌디 웨일 회장의 조기 사임설이 대두되는 등 회사가 안팎으로 크게 출렁거렸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