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이오신약 개발 인프라 구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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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 한국제약협회 회장 >
최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성과 발표 이후 바이오신약 및 바이오장기 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다. 아마도 머지않은 장래에 줄기세포를 활용해 불치병을 정복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황우석 박사 영향으로 바이오신약 개발의 주역인 제약기업들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재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상승했다. 국내 제약기업들은 우리나라가 바이오기술(BT)의 중심이 될 것을 예견이라도 한 듯 새 밀레니엄을 알리는 2000년 바이오벤처에 많은 투자를 했다. 21개 제약기업이 국내외 바이오벤처에 투자해 72건의 공동연구를 진행할 정도로 투자의욕이 높았다. 제휴 형태는 바이오벤처는 치료효과를 갖는 신물질이나 기술을 발굴하고, 제약기업은 상품화를 목표로 임상을 진행하는 전략을 취했다.
5년 전 바이오벤처 및 대학과의 전략적 제휴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진행 중인 공동프로젝트는 동아제약과 크레아젠의 신장암세포치료제(임상2상), 대웅제약과 펩트론의 전립선암치료제(제품발매), 태평양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임상시험 완료), SK케미칼과 인투젠의 발기부전치료제(임상2상 완료), 중외제약과 뉴로테크의 뇌졸중치료제(전임상시험), 유유와 크리스탈지노믹스의 당뇨병치료제(후보물질 발굴) 등 30여건에 이르고 있다. 제일약품이 서울대의대와 진행하고 있는 파킨슨병 배아줄기세포치료제(전임상시험 돌입), 삼진제약이 서울대의대와 진행하고 있는 당뇨병 배아줄기세포치료제(전임상시험 준비)도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도 아직 보도되지 않은 유망한 연구개발 과제들이 많을 것이다.
세계적인 신약개발은 고도의 기술력과 자금력,그리고 규제당국의 임상시험 인프라라는 3박자가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을 후발국들이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신약개발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다. 세 가지 조건 중 고도의 기술력은 우리나라의 경우 황우석 박사 등 의료인력이 세계적 수준에 있고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도 크지 않아 충분히 경쟁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자금력과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이다. 먼저 자금력은 꾸준한 수익창출을 통해 조달이 가능하다. 그런데 정부는 의료보험제도 도입 이후 일관되게 약가인하 정책을 펴고 있어 제약기업들이 매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 수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잠재우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의약품 가격정책과 신약개발의 상관관계를 보면 통제보다는 약가정책이 유연한 국가일수록 신약을 많이 개발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미국 제약산업이 유럽의 제약강국을 극복하고 세계 제약시장을 리드하는 데에는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약가가 결정되는 자율약가제도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스위스 정부도 획기적 신약에 대해 개발보상비 차원에서 약가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신약개발 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스위스의 약가정책을 참고하고, 유연한 약가정책을 펼쳐야 한다.
규제당국의 임상시험 인프라 미비도 신약개발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 중 하나다. 담당자는 "정부가 BT 발전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며 육성의지가 충만하지만 예산 등 현실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BT와 관련해서는 여러 부처에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통해 임상 및 발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식약청 인력과 시설 등 임상시험 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