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약 2주간의 제4차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일단락됐다. 북·미 간 11차례를 포함해 13일 동안 참가국들이 70여차례에 달하는 양자협의를 거쳤지만 목표선 한 발자국 앞에서 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번 회담 중반까지는 낙관적인 전망이 회담장 주변을 지배했다. 모든 참가국들이 이번만은 합의문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충만했으며 타결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중국이 공동문건 초안을 내놓은 뒤로 각국은 본국에 대한 보고와 훈령을 주고받으며 막판 입장 조율에 들어갔고,4차 수정안이 제출된 지난 2일 사실상 회담이 타결됐다는 분위기가 베이징 외교가를 들뜨게 했다. 그러나 4차 수정안에 대해 북한만이 사인을 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차관보는 3일 오후 지친 표정으로 "이제는 북한이 선택해야 할 때"라고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다. 4일에는 북한이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파국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자 한국의 사정은 급박해졌다. 급기야 미국과 북한을 한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남·북·미 3자 회동을 최초로 성사시키며 급한 불을 끈 뒤 회담 타결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결렬을 막는데 그쳤다. 의장국인 중국도 5~6일 이틀간 북한과 미국을 집중적으로 접촉하며 합의를 시도했지만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며 꿈쩍도 하지 않는 두 나라 사이에서 속만 태웠다. 결국 지칠대로 지친 참가국들은 더 이상의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7일 전격 휴회를 선언하고 빈 손으로 귀국짐을 쌌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