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3일 서.남해상에서 공해합동훈련 중 공군 전투기 F-4E와 F-5F가 잇달아 추락한 것은 조종사의 '비행착각'(Vertigo)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군은 5일 "두 지역에서 일어난 항공기 사고 원인은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야간투시경을 장착한 채 가상 적 함정을 공격하는 훈련 중 조종사가 야간 비행착각에 빠져 추락한 사고"라고 밝혔다. 공군은 사고 직후 배창식 참모차장(중장)을 사고조사위원장으로 해 2개의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 비행임무 분석체계에 기록된 사고 항공기 비행자료와 녹음테이프 및 수거 항공기 잔해, 당시 임무에 참여했던 2번기 조종사, 해군 함정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제주도 북제주군 추자도 동북쪽 13마일 해상에서 추락한 F-4E 전투기는 7월13일 고난도 훈련인 '야간 해상 근접지원 작전'을 위해 오후 8시9분 청주기지를 이륙, 야간투시경(NVG)을 착용한 상태로 임무지역으로 출동했다. 추자도 동쪽 13마일 해상에 진입한 F-4E는 가상표적을 확인하고 정상적으로 선회하면서 진입했지만 비행 경로가 정상공격을 위해 유지해야 할 표적과 항공기간의 간격이 점차 좁아지면서 공격 진입 초기 단계부터 강하각이 정상보다 깊어졌다. 특히 표적조준 단계에서는 강하각이 더욱 깊어지면서 왼쪽으로 약 55도 경사진 비정상적인 상태로 4초간 조준이 이뤄졌으며, 이후 조종사는 상승 조작을 시도했으나 경사진 항공기 상태로 안타깝게 추락했다는 것이다. 공군은 "각 단계별 속도와 강하각을 분석한 결과 기체 및 엔진에는 결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북 군산시 어청도 동쪽 해상에서 추락한 F-5F 또한 '야간해상 근접지원 작전'을 위해 오후 8시17분 수원기지를 이륙, NVG를 착용한 상태에서 임무지역인 어청도 동쪽 8마일 해상에 진입했다. F-5F는 임무지역 상공에서 가상 적 함정을 식별하려고 5차례 선회, 표적식별 후 지속적인 육안 확인을 의식해 진입 초기부터 항공기와 표적이 유지해야 할 간격이 좁아졌다. 때문에 F-5F는 공격 진입 초기단계부터 강하각이 정상보다 깊었고, 표적조준 단계에서는 강하각이 더욱 깊어지면서 왼쪽으로 약 130도 경사진 상태로 2초간 조준 후 급격한 상승 조작을 시도했으나 시기가 늦어 추락했다. 특히 F-5F 조종사들은 비상탈출의 기회가 한 번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기 조종사들의 녹음 테이프가 수거되지 않아 비상탈출을 포기한 정확한 이유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기체를 살리려고 최후까지 노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F-5F 전투기의 기체 및 엔진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고 화재 등의 흔적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공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행착각 방지 대책 및 NVG 훈련절차를 검토 보완해 앞으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