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6자회담이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를 놓고 꽉 막혀 있는 형국이어서 어떤 타협점을 찾을 지 주목된다. 회담이 개막한지 5일로 11일째로 접어들었지만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로 타결, 휴회, 결렬 등 모든 가능성이 상존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4일 오후 10시30분(현지시간) 숙소인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런 상황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가 비핵화하자는 것은 평화적 핵활동을 하자는 것이며 세상의 모든 나라는 평화적 핵활동의 권리를 갖고 있다"며 평화적 핵 이용권을 강조하고 "(이번 회담에서) 하나의 난관이 비핵화의 상응조치에 합의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맘놓고 비핵화하자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관계정상화하고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평화적 핵 이용권과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를 미합의 사항으로 꼽은 셈이다. 그러나 평화적 핵 이용권은 핵포기 범위의 핵심 쟁점이고 상응조치가 핵 포기에 따른 반대급부에 해당하는 만큼 상호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북한은 패전국도 아니고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왜 평화적 핵 활동을 할 수 없느냐며 주권국가의 응당한 권리로 보고 있는 반면, 미국은 북한이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등의 전력(前歷)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북한이 향후 핵포기 과정을 거쳐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재가입할 경우 허용할 수 있다는 2단계 접근법을 통해 설득했지만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에 NPT 밖에 있는 나라와 비핵지대에 속하는 국가도 평화적 핵활동을 하고 있다는 국제적 현실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속마음은 우선 평화적 핵 이용권을 미국이 자국을 앞으로 `보통국가'로 여길 지, 아니면 계속 `특수국가'로 대할 지를 판단하는 정치적 척도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보통국가로 대해줘야 관계도 정상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실리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금호지구 경수로에 대한 미련을 감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평화적 핵 이용권 확보로 경수로의 불씨를 살리고 싶어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다른 나라와 똑같이 대해 줄 것을 요구하며 먼저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반면 미국은 그렇게 해 줄 수 있을 지 조금 더 보자는 선후의 문제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이는 50년 넘게 쌓인 상호 불신의 벽 때문이다. 이런 양측의 팽팽한 대립 때문에 회담 전망도 타결, 결렬, 휴회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듯한 양상이다. 하지만 결렬될 경우 북한은 물론 미국에도 닥칠 후폭풍을 감안할 때 최악의 상황인 결렬만은 피하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13개월만에 실질적인 진전을 보겠다며 만나 열흘 넘게 협상하다가 끝나면 오히려 회담 개막 전보다 정세가 악화될 게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접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정치적 여파를 최소화하면서 추가로 활로 모색이 가능한 휴회를 택할 가능성이 결렬 전망보다는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타결의 시나리오는 어떻게 될까. 하지만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묘수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지금까지 `완전한 핵폐기'를 고수했던 미국의 완강한 태도에 비춰 평화적 핵 이용권을 NPT에 복귀할 때까지 일단 제한하되, 관계 정상화 일정을 앞당기는 등의 상응조치를 보강한다면 타협점 모색이 가능할 것이라는 해법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김계관 부상이 평화적 핵 이용권 외에 상응조치도 미합의 사항으로 꼽은 점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4차 초안에 들어 있는 표현의 수정이나 문장 순서의 재배치 등 을 통해 북한이 타결의 명분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대안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편 회담의 모멘텀을 잃을 수 있다며 `끝장토론'을 관철한 우리측과는 달리 중국측이 "공동문건 채택이 6자회담 성공의 척도라고는 볼 수 없다. 한반도 비핵화가 근본목표"라며 밝히 것은 회담 결과물을 놓고 다소 시각차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 같은 베이징 분위기로 볼 때 타결되더라도 이날은 쉽지 않고 다시 한 차례의 주말회담을 거치면서 최소 하루이틀은 더 걸리고 난항을 겪을 경우 다음 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