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만기가 30년 이상인 초장기 국채를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자금을 싸게 조달할 수 있게 되자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장기국채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3일 "내년 2월부터 30년 만기 국채를 연 2회 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발행 규모는 연간 200억∼3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는 지난 2001년 10월 재정수지 흑자전환 전망을 이유로 발행이 중단된 이후 4년반 만에 다시 시장에 등장하게 됐다. 앞서 프랑스는 지난 2월,영국은 5월에 각각 5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단기 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속에서도 10년물 국채 수익률 등 장기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장기 국채를 발행하기에 아주 적합한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발행 배경 미국 정부가 30년 만기 국채를 다시 발행하게 된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재정적자가 엄청나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정부 씀씀이는 커졌으나 잇따른 감세 조치 등으로 수입이 급감해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412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동안 미 재무부는 2∼3년짜리 단기 국채 발행을 통해 모자란 자금을 조달해왔다. 그 결과 미 국채 전체의 평균 만기(듀레이션)는 2001년 6년에서 현재 4.4년으로 줄었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2010년께에는 만기가 3.5년으로 짧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국채 만기가 짧아진다는 것은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를 상환하기 위해 다시 국채를 찍어야 하는 주기가 그만큼 짧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미 단기 국채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물량을 한꺼번에 매각하기라도 하면 미 금융시장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미 채권시장협회(BMA)는 "미 정부의 장기국채 발행은 빚을 갚기 위해 시간을 벌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유럽도 장기 국채 발행 잇따라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유럽 각국 정부도 장기국채 발행에 적극적이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2월 만기 50년짜리 '초장기(ultra-long) 국채' 부활을 선언한 데 이어 4월엔 스페인 폴란드 그리스 네덜란드 정부가 30년 만기 국채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영국도 5월에 50년 만기 국채 발행 계획을 내놓았다. 유럽 최대 채무국인 이탈리아는 텔레콤이탈리아가 5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계기로 50년 만기 국채 발행을 고려 중이다. 유럽투자은행(EIB) 역시 사상 최장기인 30년 만기 채권을 발행키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국 정부는 기존 부채를 상환하고 연기금 자금 부족분을 충당하는 데 장기 국채가 가장 효율적 수단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