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97마일짜리 였습니다." 박찬호(32ㆍ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시속 156km(97마일)의 대포알 강속구를 뿌렸다. 박찬호는 4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3회 왼손타자 라얀 도밋을 맞아 볼카운트 2-2에서 몸쪽 빠른 공을 던지며 전광판에 97마일을 찍었다. 가끔 투수가 던진 공이 아닌 방망이에 맞아 나가는 타구가 스피드건에 찍혀 터무니 없는 스피드가 찍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찬호가 던진 공은 볼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몸쪽 꽉 차는 공으로 도밋은 방망이를 휘두르지도 않아 타구가 스피드건에 찍힐 가능성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최근 시속 153km(95마일)짜리 직구도 드물어진 박찬호가 156km를 찍자 피츠버그 TV 중계 팀도 깜짝 놀래기는 마찬가지였다. 캐스터가 깜짝 놀라며 '97마일이나 나왔다'고 말하지 해설자 스티브 블래스는 "소리도 97마일짜리였다(It sounded like 97miles)"라며 태연하게 응답하기도 했다. 스피드도 스피드였지만 포수 미트에 꽂히는 소리도 그만큼 위력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박찬호가 97마일짜리 직구를 던진 건 2001년 4월3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5회 말론 앤더슨을 상대로 던진 이후 4년여만의 일. 박찬호는 이날 비록 패전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156km짜리 직구 외에 151km짜리 직구도 두 차례 기록하는 등 몸 컨디션에 따라서는 여전히 상대방을 압도하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한편 피츠버그 TV 중계 해설가 스티브 블래스는 70년대 피츠버그 에이스로 활약하다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증상에 시달리다 은퇴, 메이저리그에 '스티브 블래스씨 병'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게 한 비극의 주인공이다. (알링턴=연합뉴스) 김홍식 특파원 ka12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