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주택이더라도 주거공간이 독립돼 있고 매매도 세대별로 이뤄졌다면 공공사업으로 인한 주택 철거의 대가로 서울시가 공급하는 국민주택 특별 입주권을 소유자 수 만큼 받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 다가구주택의 경우 소유자가 2명 이상일지라도 다세대주택과 달리 국민주택 특별 공급 신청권을 한 사람만 받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소송은 그동안 거의 제기된 적이 없어 이번 판결로 다가구주택 소유자들의 유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김중곤 부장판사)는 2일 한모씨 등 다가구주택 공동소유자 4명이 "한 사람이 아닌 공동소유자 모두에게 국민주택 입주권을 달라"며 은평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하나의 건물로 등기가 돼 있지만 실제 6세대가 살 수 있도록 구조상 구분돼 있고,공동 소유자가 각 소유 부분에 관한 실질적인 처분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소유자 각자가 국민주택 특별 공급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주택 특별 공급에 관한 서울시의 규칙은 내부적인 사무처리 기준에 불과하다"며 "다가구주택 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주택 특별 공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현행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2명 이상이 공동소유하고 있는 다가구주택이 주택 철거 대상으로 지정되면 공동소유자가 지정한 대표 1명 또는 공동명의로 국민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93년부터 이런 내용의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국민주택 특별 입주권과 관련된 서울시 조례는 기존 주택 소유자에 대한 보상 차원이 아니라 도시계획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원이 이런 취지를 고려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당장 조례를 바꿀 수는 없으며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에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항소의지를 내비쳤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2층 다가구주택의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던 원고들은 지난 2004년 8월 자신들의 집이 은평구청 별관 신축계획에 포함되면서 철거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공동소유로 등기돼 있지만 각자 특정 부분을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다세대주택에 해당한다며 구청에 국민주택 입주권을 신청했지만 은평구청은 서울시 조례를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동균·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