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신 < 한국선박운용 사장 enlinje@dreamwiz.com > 살다 보면 종종 판단하거나 결단해야 할 일을 만난다. 그럴 때 막연히 고민하지 말고 문제의 종류를 나누고 그에 따라 고민하는 방법을 달리하면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첫째 머리로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종류의 일은 대개 초등학교 때 학습한 산수 실력 정도를 동원하면 된다. 조금이라도 숫자가 괜찮은 쪽으로 정해 버리면 되는 일이다. 예를 들면 어느 은행의 어떤 예금이 이자를 더 많이 주는지,어느 가게에서 파는 옷이 가격 대비 품질과 디자인이 더 좋은지 등이다. 이런 것들을 결정할 때 머리를 써야 한다. 혹시 자기 머리로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에는 남에게 물어 보면 된다. 둘째 가슴으로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종류의 일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 후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생일 선물로 무엇이 좋을까,어려움에 빠진 친구에게는 어떤 것을 해주면 도움이 될까,일생의 반려자로 어떠한 사람이 더 좋을까. 이런 일들은 대개 의리 혹은 정(情)이란 말로 표현되는 것이며,가슴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다. 자신의 가슴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며,판단이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하기가 난감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정말 친한 친구에게 물어 보면 훌륭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셋째 배로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 이런 종류의 일은 아랫배에 기를 모은 다음 두둑한 배짱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이 법률 도덕 윤리 종교에 적합한가,이 일을 찬성해야 하는가,거부해야 하는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평소의 신념 체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배로 판단한 일에 관해서는 나중에 머리나 가슴으로 다시 판단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배로 판단해야 할 일은 남에게 조언을 받기가 매우 힘들다. 이런 문제를 풀 때는 우선 머리나 가슴이 판단코자 하는 자체 간섭 현상을 차단하는 것만 해도 벅차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기도를 해 답을 얻기도 하고,부모나 성현의 가르침을 되살려 보기도 한다. 세상의 문제 푸는 방법을 이렇듯 명료하게 나눌 수 있건만 요즘 세상을 보면 가슴이나 배로 풀어야 할 일을 머리로 풀거나,머리로 풀어야 할 일을 배로 푸는 경우도 많은 듯해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