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주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여성이 제격입니다."


20대에 아파트 분양소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포스코건설 마케팅팀의 강민이씨(25).


아파트 분양소장은 모델하우스 시공을 책임지고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등 여성이 하기에 벅찬 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모델하우스 방문객 대부분이 여성이란 점 때문에 여성이 분양소장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삼성건설 벽산건설 등이 과장급 여성을 분양소장에 임명한 적은 있었지만 입사 3년차 평사원이 현장 지휘관을 맡은 경우는 강씨가 처음이다.


특히 강한 남성 이미지를 풍기는 포스코 계열사여서 더욱 파격적인 인사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더구나 강씨가 분양소장으로 처음 맡은 분양건은 서울 강남 지역의 핵으로 알려진 '잠실 더샵 스타파크' 주상복합 프로젝트였다.


포스코건설이 시행에서 시공까지 책임지는 총 3500억원 상당의 야심작이다.


강씨는 "분양 광고뿐만 아니라 모델하우스 설계 인테리어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찾다 보니 건축공학 전공자인 제가 낙점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사의 기대는 적중했다.


지난 5일 마감된 오피스텔 청약률은 104 대 1.세자릿수 경쟁률은 다른 분양 현장에서도 보기 힘든 수치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분양소장이란 자리가 녹록지만은 않았다.


가녀린 외모 때문에 모델하우스 도우미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얼마 전에는 모델하우스 주차장이 좁다며 거칠게 항의하는 40대 여성이 강씨가 분양소장인 것을 알고는 "어린 것이 소장이니 모델하우스가 이 모양이지"라며 막말을 늘어 놓아 그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럴 때 강씨의 대처법은 애교 전술."고객님,노여움을 푸세요.고객님 체면도 있지 딸 같은 저하고 싸우시려고요."


이런 넉살에 고객은 화를 풀고 웃으며 돌아갔단다.


강씨가 20대 중반에 이런 중책을 맡은 것은 남들과 얘기하기 좋아하는 천성과 부단한 자기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강씨는 수습 기간이 끝나자 전공인 설계를 뒤로 하고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부딪히는 마케팅직을 선택했다.


초기에는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다.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데만 1주일 이상을 소비했다.


광고 및 마케팅 용어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때부터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마케팅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래도 갈 길이 멀다고 여겨 모교인 고려대 경영대학원(MBA) 과정에 등록,현재 주경야독하고 있다.


강씨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이 많다.


정책이 연일 쏟아져 나오지만 방향을 종잡을수 없어 양질의 주택 공급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장기적으로는 건축공학인 제 전공을 살리는 일도 하고 싶어요."


건설 현장을 총 책임지는 현장사무소장이 자신이 다음에 도전할 자리라고 그는 귀띔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