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풍수지리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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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동안 우리 사회와 가정에서 신앙처럼 받들어 왔던 게 풍수지리다.
자신의 미래를 바꿀 수 있고 후대를 편안하게 돌볼 수 있다는 믿음이 바로 풍수지리였던 까닭이다.
그래서 묘지는 물론이고 집터와 정자,마을 어귀에 서 있는 장승이나 당산나무,심지어는 남근석까지도 풍수지리를 따져 제자리에 세워지곤 했다.
풍수(風水)는 바람을 막고 물을 받아들인다는 장풍득수에서 유래했다는데 한마디로 좋은 것은 추구하고 나쁜 것은 피한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무엇보다 자연을 먼저 고려한다는 점에서는 환경운동의 원조라 할 만하다.
생명운동가들은 풍수야말로 생명운동의 대안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최적의 거주지로 꼽는 옥녀탄금형이나 금계포란형은 바로 자연을 먼저 생각하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다.
풍수를 중요시했기에 어지간한 풍수지리가들은 '반풍수'로 불리면서 빈정거림의 대상이었다.
방위를 보는 패찰을 들었다 해서 모두 풍수전문가가 아니라는 얘기다.
"반풍수에 거덜난다"는 속담은 대충 아는 것 같아 일을 시켰는데 결국 일을 그르쳤다는 질책의 말로 통한다.
요즘 풍수지리가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국내 정상의 한 전자회사가 '풍수지리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서다. 아예 풍수지리 전문가를 고문으로 영입해 점포 인테리어와 백색 가전제품 배치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어떻든 매출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전국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풍수지리 마케팅이 그리 생소하진 않다.건설업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분양전략의 하나로 풍수지리를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명당아파트 청약하세요" 등의 문구는 경쟁사와 차별화를 이룰 수 있었고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무리 과학이 우선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풍수지리사상은 아직도 우리 정서 깊숙이 박혀있는 듯 하다.
비과학적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 앞서 풍수지리를 받아들이는 우리 맘이 편안하면 그만 아닌가.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