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찜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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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 사람들이 입천장을 델 만큼 뜨거운 걸 먹으면서 혹은 섭씨 40도가 넘는 열탕에 들어앉아 "어,정말 시원하다"고 하는 걸.그러니 어쩌랴.펄펄 끓는,그것도 입속이 얼얼할 정도의 매운 찌개를 먹고 온몸이 후끈거리는 사우나실에서 땀을 쭉 빼야 시원하다는데.
찜질방의 확산도 그런 습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찜질방의 전신은 불가마.벗은 채 가마니를 둘러썼던 한증막과 달리 하얀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뜨겁게 달궈진 돌 앞에서 열기를 쐬는 형태로 90년대 말부터 번졌다.
늘어난 이유는 간단했다.
"신경통에 좋다" "위장병을 고쳤다"는 등의 소문이 났던 것이다.
소문의 근원은 원적외선의 효용.원적외선이란 독일의 윌리엄 허셀이 19세기 중반에 발견한,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통증 완화,중금속 제거,방균,세포조직 활성화 등에 좋다고 돼 있다.
아무튼 "어떤 이는 암도 고쳤다더라"식의 얘기가 퍼진데다 남녀노소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불가마는 찜질방으로 진화했다.
업소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찜질방엔 없는 게 없다.
식당 매점 노래방 마사지실 게임기 바둑판 수면실까지.그러다 보니 가족이나 이웃끼리 가서 "불 나온다" 방송에 우르르 몰려가 불 옆에 쭈그리고 앉아 얘기도 나누고 식사도 한다.
심지어 업무 회의를 찜질방에서 하는 곳까지 생겼다.
그러나 유용한 대목이 있으면 문제도 있는 법."싸고 편리한 쉼터이자 놀이터다""교통편이 끊겼을 때나 부부싸움을 한 뒤 가기에 더없이 좋다"는 예찬이 있는가 하면 "젊은 남녀의 애정표현이 지나쳐 꼴불견이다""소방시설 등이 제대로 안갖춰진 곳이 있어 위험하다" 등 비판도 있다.
만 19세 이하는 밤 10시 이후에 보호자 없이 찜질방에 갈 수 없고,휴게실 조명도 현재의 두 배 이상 밝아지리라 한다.
중고생들이 밤새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등의 문제와 숙박업소의 민원이 그치지 않은 데 따른 조치일 것이다.
탈선을 막기 위한 일일텐데 하룻밤 쉴 곳이 아쉬운 사람도 나오게 생겼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