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 파문'과 관련, "국정원의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과 법무부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해 검찰의 자체 판단과 일반적 수사 진행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이며,국가기관이 불법 도청을 자행한 것은 과거의 일이지만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3차례 회의가 열렸지만 홍석현 대사의 진퇴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김만수 대변인이 발표했다. 청와대의 태도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조차 홍 대사의 사퇴를 갈수록 더욱 강도 높게 촉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도부까지 나서 홍 대사의 자진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김 대변인은 "진상이 (먼저) 철저히 가려져야 하며,이 점에서 청와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홍 대사 스스로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노 대통령은 "법적으로 불법이므로 공개도 불법이라는 것과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라도 국민적 공익을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 인식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함으로써 정·경·언 유착 등 범죄를 은폐하지 말고,법적·도덕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생각과 공개되지 않은 그외의 범죄행위와 형평 문제를 생각하는 우려의 논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케케묵은 8년 전 일을 들춰내서,그 것도 한나라당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골라서 터뜨리는 것은 음모가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어 "국가 정보기관의 불법도청이 과거는 물론 현재도 자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역공도 했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수천 개의 테이프 중 왜 이 것만 공개됐는지,또 누가 무슨 의도로 테이프를 입수했는지 등 숨은 의도도 보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나 특검을 촉구하고 나섰다. 허원순·양준영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