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법무법인 대륙 사무실.


하경철 변호사와 대륙의 여상조 대표변호사,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 관계자 등 10여명이 머리를 맞댔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3개 금융계열사가 지난달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변론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2차 회의다. 다음달 5일이 답변서 제출기한이어서 연일 강행군이다.


"현재성이 없어 헌법소원이 각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17.72%의 의결권이 실제로 제한되는 건 사실상 2008년 4월 이후 아닙니까."


"원래 금지됐던 걸 풀어서 기업 인수합병(M&A)을 방어할 때만 의결권이 인정되도록 예외를 인정해준 게 개정된 공정거래법의 취지입니다. 따라서 다시 원래대로 가는 것이라면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없다고 봅니다."


변론전략 수립을 위한 난상토론 이른바 '브레인 스토밍'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진행됐다. 삼성의 3개 금융계열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이 지난 5일 전원재판부로 회부됨에 따라 당사자들을 대리한 로펌간의 대리전에도 불이 붙었다.


삼성이 문제삼은 개정된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계열 금융·보험사가 소유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범위를 현재의 30%에서 내년 4월1일부터는 매년 5%포인트씩 줄여 2008년 4월1일까지 15%로 축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헌법소원은 헌법에 보장된 사적재산권이 먼저냐,아니면 공익을 내세운 국가제도의 개입과 규제가 정당한 것이냐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다음달 중순께로 예상되는 첫 헌재 심리를 앞두고 변호인단의 면면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양측 모두 헌법재판관과 헌재연구관 출신 변호사가 포함된 화려한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어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삼성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경은 헌법소원 전문로펌답게,소수정예 헌법전문가를 내세웠다. 서울대 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황도수 변호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헌법소원과 헌법재판 분야의 전문가다. 헌재 재판연구관을 거친 그는 2003년에 '헌법재판실무연구'라는 저서를 펴냈다. 신창언 대표변호사는 부산지검장 등을 거쳐 헌법재판관을 지낸 흔치않은 경력의 소유자다.


황도수 변호사는 "적대적 M&A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데도 현재 17.72%에 불과한 의결권조차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재산권에 함축된 수익권 행사권 의결권 등을 보장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외국 금융기관이나 투기성 사모펀드는 의결권을 자유롭게 행사하게 하는 반면 국내금융사만 제한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율경이 삼성측을 대리한 창이라면 공정위를 대신할 방패격은 헌법재판관 출신인 하경철 변호사와 법무법인 대륙이다. 하 변호사는 서울지법 판사,중앙토지수용위원,중앙선거관리위원,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을 거친 녹록지 않은 경력을 가졌다. 특히 그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 대리인단으로 활약했다.


하 변호사와 함께 공동전선을 펼치게 될 대륙에는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감사원장을 지낸 이시윤 변호사와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여상조 변호사 등 8명이 포진했다. 이 가운데 김대희 송형민 변호사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이들은 기업집단의 경영활동에 대한 공적제한의 효력범위 등과 관련한 법리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변론전략팀 팀장인 정영진 변호사는 "삼성측 주장에 대한 법리 분석을 모두 마친 상태"라며 "늦어도 이번주 금요일까지는 답변서 작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