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마저 이렇게 될 줄은…." 두산에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일자 재계는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많은 대기업들이 형제 간 갈등으로 볼썽사나운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지만 모범적인 경영권 승계로 칭송받던 창업 109년의 최장수기업마저 형제 간 진흙탕 싸움을 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분위기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창업 109년의 기업 이미지가,'형제경영'의 아름다웠던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한 데 대한 실망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박용성 회장으로의 경영승계가 발표된 지난 19일 급등했던 두산 계열사의 주가가 경영권 분쟁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업 안정성의 훼손 탓이라기보다는 두산 오너들에 대한 실망 탓이다. 사실 두산에 거는 기대는 대단했다. 창업2세인 고 박두병 초대 회장 이후 장남인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에서 차남인 박용오 전 회장을 거쳐 3남인 박용성 신임 회장으로 그룹경영이 순조롭게 승계되는 것을 보면서 모든 사람이 갈채를 보냈다. 경영승계 직후 박용성 신임 회장은 "한세대가 차례로 쭉 한 다음 후대의 장자가 다시 왕위를 이어받는 '사우디왕가식' 경영승계"라고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때만 해도 두산의 저력이 "이런 게로구나" 하는 재계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경영승계 이틀 만에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그것도 전 회장측의 입을 통해 폭로되다니….금호아시아나와 삼양사처럼 '아름다운 형제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들은 두산가의 분쟁을 어떻게 평가할지,더더군다나 50년간 남남간의 '아름다운 동업관계'를 마치고 '아름다운 분가'에 성공한 LG GS LS그룹은 두산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특히 비자금 조성과 외화 해외 밀반출 등에 대한 진실게임의 실마리는 검찰 손에 넘어갔다. 결과가 어떻게 나건 모두 상처를 입을 게 분명하다. 자칫 그룹의 존망마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창업 3세간의 분쟁을 구순의 노모는 어떻게 보고 있을지가 궁금할 뿐이다. 김홍열 산업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