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 미국과 일본 대표단이 베이징에 여장을 풀었다. 대표단이 속속 베이징에 도착하면서 세계의 외신들은 베이징발 북핵기사를 잇따라 타전하고 있다. 지난주 전격적인 위안화 절상으로 세계 경제계를 놀라게 한 중국이 이제는 세계 외교계의 무대로 또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6자회담에 임하는 중국의 외교노선을 베이징의 서방외교가는 "허핑줴치(평화롭게 우뚝 선다)"라고 얘기한다. "중국은 앞마당이 전쟁터가 되기를 원치않는 실리외에도 북핵문제 해결사로 나섬으로써 국내외에 대국(大國)의 모습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중재에 적극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6자회담이 열렸던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대회의실을 한 때 민간에 공개한 것도 "대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였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허핑줴치 노선은 최근 중국에 불고 있는 명나라 제독 정화(鄭和) 열풍에서도 확인된다. 그가 600년전에 첫 출항한 날을 중국 정부는 '항해의 날'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갖는 등 정화 띄우기에 한창이다. 정화는 28년간 7차례 항해를 떠나 인도양을 거쳐 홍해와 아프리카 동해안에 이르며 총37개 국가를 방문한 중국의 해상왕. 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정화 정신을 높여 평화적인 발전을 이룩하자"는 논평에서 중국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1000t급 이상의 배 100여척,2만7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항해에 나섰으면서도 약탈을 일삼은 서방의 탐험가와는 달리 무역거래와 문화교류를 한 평화의 사절"(마잉민 중국 국가박물관 부관장)이라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중국 언론들은 정화가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버스의 산타마리아호보다 훨씬 앞서 길이가 2배인 배를 움직였다는 점 등을 들어 중국의 우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줴치'가 중국 위협론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제기되자 중국 지도부는 '발전'으로 바꿔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고 있다. 허핑줴치를 기반으로 한 대국주의 외교노선은 진행형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