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이 벌써 9일째다. 지난 주말 금속노조와 병원노조가 파업을 접는 등 하투(夏鬪)가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도 유독 연봉 1억원 이상의 조종사들만 유독 파업을 고집하는 현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채혈(採血) 이후 72시간 동안 운항할 수 없다는 규정을 악용해 조종사들이 집단적으로 헌혈을 하고,파업장소도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충북 보은 속리산으로 옮긴 것은 성실한 교섭태도와는 동떨어진 집단행동이란 점에서 무척 실망스런 일이다. 문제는 조종사들의 파업 장기화로 휴가철 여행객 피해는 물론 수출지연 등 경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반도체 등 고가 IT제품을 대부분 항공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피해가 더욱 크다. 하루 피해만도 1700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파업조종사들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조종사들의 파업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이처럼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면 이젠 노동쟁의조정법에 정해진 '긴급조정'(緊急調停)과 같은 정부차원의 대응도 검토해볼 때라고 본다. 긴급조정이 결정되면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30일간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현재 노사협상중인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파업을 결정할 경우 양대 항공사 동시파업이라는 초유의 '항공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이유다. 항공산업은 공익사업으로 분류돼 긴급조정같은 강제수단 동원이 무리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정치권에선 한발짝 더 나아가 오는 9월 국회에서 항공산업을 철도ㆍ전기ㆍ병원 업종처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항공산업은 업무 성격상 대체가 거의 불가능해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할 경우 속수무책(束手無策)이라는 점에서 필수공익사업 지정도 검토해볼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제도 보완과 관계없이 노조는 당장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노조는 조종사자격심의위원회 의결권 인정 등 경영권이나 인사권을 파업 명분으로 내걸고 있으나 이는 결코 노사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파업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점에서 노조는 하루빨리 업무에 복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