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하자 재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조사방해 사건을 빌미로 공정위가 무리하게 권한을 확대할 경우 기업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어떤 권한이 부여될까 공정위가 현재 추진 중인 강제조사권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와 담합조사를 할 때 압수 수색을 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내에 근거 규정을 마련하자는 것. 카르텔 등 담합은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사전에 서류 등을 압수 수색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면 위법내용을 적발하기 힘들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지난 2003년 9월 이훈평 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지난 5월 삼성토탈의 조사방해 사건이 일어난 직후 공정위가 공식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사법경찰관 지정'방안이다. 강대형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 5월1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기업들의 부당공동행위(카르텔 등 담합)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압수 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직원들이 사법경찰관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법무부와 사법경찰관법 개정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부 직원이 사법경찰관으로 지정된 부처는 법무부(교도소 구치소 등) 산림청 식품의약품안전청 문화재청 등 17곳이다. 이밖에 공정위는 조사관이 확보한 자료나 증거를 강제로 빼앗거나 파기하는 사업자나 임직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공정거래법에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재계는 가시방석 재계는 공정위의 조사권한 강화가 기업의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한 두개 단편적인 조사방해 사건을 갖고 압수수색권이나 사법경찰권 등 공정위 권한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겨우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시점에서 공정위가 왜 이런 시도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98년 이후 기업이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한 사건은 총 7건이다. 한 해에 한 건 꼴로 조사거부 사례가 발생한 셈이다. 사법경찰권 지정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경찰권은 세관업무나 산불 감시 등을 하면서 현장에서 법인을 잡기 위해 행정공무원에게 제한적으로 부여되는 권한"이라며 "사법경찰권에 따라붙는 체포·구금권까지 허용될 경우엔 인권침해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사법경찰관이 되면 인신 구속권도 갖게 되지만 공정위의 목적은 단지 카르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인 만큼 이 권한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