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여느 때와 달리 `조용한' 한 주(週)를 보내고 있다. 통상 하루에 2∼3개의 일정이 차있던 것과 달리 이번주 노 대통령의 공개 일정표는 텅텅 비어있다. 지난 18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 접견,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주재 등 2개의 일정과 20일 국정과제회의 일정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노 대통령의 이번주 일정 전부다. 물론 공개된 일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성격상 공개할 수 없는 행사 내지 일정을 감안할 경우 여느 때와 다름없이 빡빡한 일정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청와대측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개 일정이 별로 없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오전과 오후 각각 1개의 회의를 주재하고 있으며 대부분 내부 점검 및 보고"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일정은 공개 일정과 비공개 일정으로 나뉜다. 내부 보고 및 점검 내지 특별한 `결론'이 나오지 않는 회의의 경우에는 그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실제로 이날 오전에도 관계 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 대통령 주재 국가균형발전정책 점검회의가 개최됐으나 노 대통령의 일정표에는 빠진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또한 그동안에도 매주 수요일 국정과제회의가 개최돼 왔으나 특정 결과물을 보고하거나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예외없이 `비공개 일정'으로 분류돼 왔다. 이는 노 대통령의 `전시행정'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노 대통령의 일정은 `보여주기'에 치중하기 보다는 `내실있는' 회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활동을 내세우기 위해 억지로 공개 일정을 만들지는 않는다"며 "비공개 일정이더라도 주요 현안과 관련해 시의에 맞는 회의 등을 주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의 공개 일정 축소는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메시지가 줄어든다는 점과 연결된다. 특히 연정론, 개헌론, 서울대 입시안, 부동산 문제, 심상치 않은 노동계 하투 움직임 등 굵직한 이슈들이 불거진 현 시점에 노 대통령의 일정 및 메시지 감소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일부에서는 이를 놓고 "폭풍 전야 같다"는 말도 나온다. 각 현안에 대해 노 대통령이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기 앞서 `숨 고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