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항을 위한 파업이라지만 사실 조종사 출신별 담합을 통해 제몫을 키우려는 싸움 아니냐." 17년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기내서비스 제공 및 안전 유지 업무를 맡고 있는 남자 승무원 A씨(41)는 20일 자사 조종사들의 파업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대다수 승무원들은 이번 파업을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측에서 자체적으로 선발,미국 항공학교에서 교육시킨 조종사들이 승진에서 상대적으로 비행시간이 긴 군 출신 조종사들에게 밀리면서 무리한 파업이 강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항공학교 출신과 군 출신이 각각 '노사 합의로 승격(승진) 기준 마련' '토익성적 기준 폐지' 등의 요구를 내걸고 공동파업 전선을 형성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남자 승무원 B씨(38)는 "모든 승무원들이 입사 과정에서 토익성적이 반영되고 승진할 때에도 630점 기준이 적용되는데 정작 영어가 중요한 조종사들이 영어 성적을 안 내겠다니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조종사 파업으로 몇 시간째 대기 중이라는 여자승무원 C씨(31)는 "승무원들은 출산휴가도 무급으로 가는데,여성조종사들만 유급으로 해달라는 것이야말로 직업 차별"이라며 "음주테스트 역시 비행기 운항 전에 받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인데 안 받겠다는 것은 너무나 이해가 안간다"고 꼬집었다. 5년째 비행 중인 여자승무원 D씨(29)는 "우리(일반노조원)는 작년 성과급을 아직 못 받았는데,조종사들은 성과급 100%에다 50만원을 더 얹어 받았다"며 "집안 살림 때문에 가불하는 동료도 있다"고 분개했다. 입사 6년차인 여자승무원 F씨(31)는 "일반 승무원들은 비행기 시동이 걸려야 근무시간으로 인정되는 데 반해 기장들은 집에서 출근하는 시간부터 근무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날 인터넷포털 D사이트에는 '10년 가까이 근무한 캐빈(객실)승무원'이라고 밝힌 네티즌이 조종사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필명이 '스테이션웨건'이라는 이 승무원은 "제발 열심히 일 좀 하셔요. 외국인 기장님들이 욕합니다. 조종사로서 최소한의 프라이드도 없는 사람들이라고요. 이륙과 동시에 오토파일럿(자동조종장치)으로 변경해놓고 랜딩(착륙)조차 오토(자동)로 하는 경우가 많으신 국내 기장님들께서 뭐가 그렇게 고단하다고 하십니까"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장님들은 8시간 이상 비행하시는 곳은 절반만 콕핏(조종실)에서 근무하시고 절반은 최상위 클래스에서 쉬시잖습니까"라며 "저희는 14시간을 비행해도 2∼3시간밖에 못 쉬며 그나마도 일반석이나 쪽방 같은 벙커에서 겨우 쉬면서 거의 대부분 앉지도 못하며 일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승무원은 "그렇게 힘드시면 해외 나가서 골프는 좀 자제하십시오.캐빈승무원들도 물론 골프 치시는 분들이 가끔 있지만 기장님들처럼 열심히 치시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 가격 좀 싸다고 뙤약볕에 그렇게 골프치셔서 체력 떨어드리면서 무슨 안전운항을 논할 자격이 있으십니까"라고 지적했다. 부족한 영어실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영어실력은 더 많이 쌓으셔야 합니다. 미국이나 영어권 나라의 관제탑에서 2류 조종사 취급받지 마시고요. 때문에 저희도 가끔 홀딩하거나 랜딩 순서가 밀려서 고객까지 골탕먹잖습니까." 이에 대해 노조 고위 관계자는 "토익성적 제출제도가 도입되면 미국 항공학교 출신 조종사들이 승진과정에서 군 출신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된다"며 "승무원들의 주장에는 억지가 많다"고 반박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