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영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요즘 계속되는 원유가격 상승은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기업들은 투자를 꺼려 고용창출이 안되고 있다. 이럴 때 유난히도 많은 우리나라 교통신호기를 발광다이오드(LED)로 전면 교체하면 에너지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LED는 반도체의 일종으로 전기를 보내면 빛을 내는 초소형 램프이다. 이를 수십 개로 나열해 신호등의 광원인 백열전구를 대신해서 조명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LED 조명등은 백열전구에 비해 소비전력이 10분의 1에 불과하고,수명은 10배 이상 길다.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전국의 약 80만개 교통신호기를 LED로 교체해 소비전력을 10분의 1로 줄인다면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확신한다. 전력소모가 줄면 그만큼 전기료가 적게 들고, 전기생산을 위한 화력발전소의 석유소비도 경감된다. 나아가 화력발전소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일조하게 된다. 강렬한 햇볕 아래서도 시각적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교통사고 감소 효과도 뛰어나다. LED신호기는 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환경보호에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사회간접자본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고효율 제품으로 인식해, 세계 각국은 보급촉진에 앞장서고 있다. LED신호기의 보급은 미국 싱가포르 중국 스웨덴 영국 스위스 대만 등이 90년대 말부터 관련제도를 마련해 선행했고, 일본이 다소 늦게 시작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1년에 발생한 전력 위기를 계기로 전력소비 절약을 위해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의 모든 신호기를 LED로 황급히 교체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환경성은 LED교통신호기의 조달을 의무화하고 있고,이에 따라 경찰청 국토교통성 경시청 일본도로공단 및 수도고속도로공단 등에 요청해 LED교통신호기의 보급을 확대시키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LED교통신호기의 보급촉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도입 비용의 50%를 보조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 각국은 LED신호기 도입을 의무화하기도 하고,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 일정비율의 보조금을 주어 보급을 촉진시키고 있다. 싱가포르 같은 나라는 벌써 LED신호기로 100% 교체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부족으로 본격적인 보급 촉진이 지연되고 있다. 다만 극히 일부지역에 시범사업이란 명목으로 LED교통신호기 교체사업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2년 전에 LED교통신호기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인 경찰청 구매지침과 국가표준을 제정하고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사업추진 주체자인 지자체들의 무관심과 예산배정 지연으로 관련업체들만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정부정책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관계당국의 현실인식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LED신호기 관련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들로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LED 칩을 생산하는 업체들이고, 다른 그룹은 LED를 이용해 신호등을 구현하는 업체들이다. 모두 국산화가 돼있는 제품으로 시장만 열어주면 기업들은 분업구조에 따라 연쇄적으로 힘차게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최근의 당면과제인 에너지절약과 일자리창출을 위해 LED교통신호기 보급촉진을 위한 실행계획을 시급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제한된 예산을 감안해 일본처럼 중앙정부에서 일정부문 보조해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