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4.0%에서 3.8%로 낮췄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도 이달 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하향조정 했었다. KDI는 한국 경제가 3년 연속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잠재성장률 하락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는 설비투자 부진을 꼽았다. 중소기업의 경우 내수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설비투자여력이 줄었다는 것이 KDI의 진단이다. 또 지난해 제조업의 해외투자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51.4%)이 대기업(48.6%)을 능가하는 등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는 점도 설비투자 부진에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은 투자 여력이 없고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각종 규제에 묶여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잠재 성장력을 회복시키고 경제에 탄력을 붙이는 시발점이 될 기업의 설비 투자가 묶여진 상태에서 경기 회복과 고용 창출을 기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2.6% 수준이다. 지난 2003년 2ㆍ4분기부터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전통산업이 공급 과잉인데도 새로운 투자처는 찾기 힘들다. 핵심기술도 뚜렷하지 않고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는 리스크가 매우 크다. 미래도 불확실하다. 소비부진이 계속되고 수출 환경이 불투명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자 환경도 열악하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만의 66.2% 수준이다. 그러나 시간당 임금은 대만보다 두 배나 높다. 물류비도 매출액의 11.1%나 된다. 중국과 일본의 두 배다. 그 결과 우리 기업의 대 중국 투자는 국내투자와 달리 연평균 54% 이상이나 증가했다. 대기업 투자가 중소기업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대기업이 집중해 투자하는 첨단 정보기술(IT) 업종이 수출의 28.6%를 차지하고 있으나 부품의 65% 이상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KDI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의 경우 투자여력은 증가했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유동성 위기, 경영권 위협 등 유사시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경향이 강해져 과거보다 투자에 신중해졌다고 분석했다.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수도권ㆍ토지이용ㆍ출자총액제 등 규제를 풀어야 하지만 업계 차원에서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경쟁력 없는 업종은 정리하고 다음 세대가 먹고살 수 있는 성장산업을 발굴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 투자 없이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없고 경제의 성장잠재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미래를 대비하는 경영을 펼치기 위한 '블루오션(blue ocean)'의 첫걸음 일 것이다. 자생력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의식과 관행, 내부 기준과 절차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변화시키는 전략경영을 구사하는 '강소(强小)'기업들이 있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가 어렵고 따라서 진취적 기업가 정신이 실종 직전인 상황에서 이들 기업은 '블루오션'으로 명명되는 신시장과 신사업을 개척하며 생존과 번영을 꾀하고 있다. △삼우텍(주) △삼강특수공업(주) △(주)실리콘웍스 △벤토 △오케이포토 △인텔리전트솔루션즈 △(주)디자인뮤 △(주)이앤이시스템 등이 그들이다. 규제는 많고, 자금여력은 없는 상황에서 '푸른 바다'를 찾는 혁신경영으로 재도약의 나래를 펼치는 유망 중소기업들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