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쓰레기 차량이 다니지 않아서 너무 좋아요" 국내 최초로 청소차가 없는 '클린아파트'를 표방한 경기도 용인수지2지구 00아파트 내. 이 곳에서 만난 주민 황모(42)씨는 청소차가 왕래하지 않는데도 이전보다 훨씬 쾌적하고 깔끔해진 동네 자랑에 여념이 없다. 이 아파트 앞 출입구 부근에는 색다르게 생긴 시설물들이 처음 방문한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챈다. 마치 대형 인형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로봇을 연상케 하는 이 시설물에 수지2지구 주민들은 거리낌 없이 생활쓰레기를 집어넣는다. 투입된 쓰레기는 최대 1.5km 원거리에 설치된 수지환경센터까지 지하파이프를 통해 자동으로 이송된다. 악취를 풍기는 문 앞의 쓰레기통이 아닌 우체통 투입구처럼 생긴 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진공 흡입기를 통해 관로를 따라 원거리 집하장으로 자동 운송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수지2지구에서는 매일 하루 2회 이상씩 컴퓨터를 통해 모든 쓰레기 수거과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주민들은 더 이상 악취에 시달리지 않는다. 수지2지구의 첨단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한국토지공사에서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시범운전을 거쳐 지난 2000년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다. 수지지구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건설에 참여했던 한국토지공사 신창우 과장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에서 쓰레기를 자동으로 수거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주민들이 의구심을 가졌다"며 "심지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시설을 도입한다고 지적받은 바 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이런 불신이 말끔히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용인시 주민 설문결과 90% 이상이 집하시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표시했다. 쓰레기 집하시설은 지난 1961년 스웨덴 엔백 센트랄석(Envac Centralsug)사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해 초기에는 주로 유럽지역에 보급되며 환경적인 장점을 인정받았다. 이후 1970년대 들어 미쯔비시, 일본강관 등이 엔백사와 제휴해 일본에도 상륙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용인수지2지구의 성공 사례를 토대로 쓰레기문제로 골치를 앓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판교신도시와 은평 뉴타운, 송도신도시 등 10여개 신도시에서 집하시설 설치가 추진 중에 있고 일부 지자체가 일정 규모이상 설치 의무화를 검토하는 등 집하시설 설치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설치됐던 시설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건 아니다. 기술에 대한 검증 없이 도입된 일부시설은 막힘 현상이 빈발해 가동시간을 제한하거나 심지어 가동이 중지돼 민원과 하자에 휘말린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분당 I아파트와 도곡동 D아파트가 그런 경우다.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 무분별하게 도입되는 경우 이를 도입한 건설사의 이미지 실추나 자칫 대형 민원성 하자 발생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그 피해는 모두 이를 사용하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적환-압축-집진-탈취시설이 완비돼 종합적인 청소시설의 면모를 갖춘 집하시스템이 요구되는 추세다. 용인수지2지구에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을 공급한 (주)엔백 센트랄석 관계자는 "쓰레기는 원래 그 자체로 크기, 성상 등이 균일하지 않은데다 주민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가변요소가 많다"며 "따라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은 장기간에 걸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집하시설에 관한 평가는 이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주민들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주)엔백의 기술은 이미 수지2지구에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이 회사는 최근 365일 24시간 주민들이 자유롭게 집하시설을 사용할 수 있으며 종량제 봉투를 인식하는 한국 실정에 적합한 투입구시스템을 개발해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