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글로벌 두산'의 기치를 내세우고 박용성 회장을 총사령탑으로 내세웠다.두산은 외환위기 직전부터 구조조정에 나서 가장 성공적인 구조조정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사업의 틀을 일반 소비재 중심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1백80도 바꾼 만큼 국제적 인맥과 신망을 갖춘 박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내세워 '또 다른 두산의 100년사'를 써나가겠다는 각오인 셈이다.글로벌 두산의 중심축도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를 삼을 것으로 보인다.


◆'장수기업'의 대변신


두산은 국내 기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고 박승직 회장이 1896년 창업한 이래 109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1973년까지 고 박두병 초대 회장이 경영체제를 확립한 이후 그의 장자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그룹의 기반을 다졌다.


1996년 12월부터 차남인 박용오 회장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 오면서 그룹의 체질을 내수기업에서 중공업기업으로 바꿔왔다.


소비재 사업만으로는 그룹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주력사업인 OB맥주를 9100억원에 과감히 매각하면서 변신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두산은 이어 OB맥주 매각대금을 활용,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산업개발)을 3300억원,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1조6000억원에 잇따라 인수하는데 성공,최근 5∼6년 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


두산은 이제 3남인 박용성 회장에게 그룹의 지휘권을 넘기면서 이 같은 중공업 위주의 사업구조를 보다 글로벌화한다는 구상이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맡아오면서 보여준 그의 경영능력을 토대로 내수 위주였던 100년 기업역사를 중공업 중심의 새로운 100년 역사로 재작성하는 작업을 맡긴 셈이다.


◆중공업·인프라코어가 주축


두산은 올 초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함에 따라 계열사가 19개로 늘어나면서 매출액 11조원,자산규모 12조원을 갖춘 재계 10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두산은 지금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오는 2015년까지 매출 100조원의 그룹으로 성장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두산은 특히 박용성 회장이 담당해 왔던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중심으로 성장의 틀을 짜고 있다.


두 기업은 급성장하고 있는 중동과 중국 시장 등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다른 어떤 계열사보다 크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해수 담수화 플랜트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4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중국 굴삭기 시장점유율 21%로 1,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다.


박용성 회장은 지난 상반기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 등을 직접 둘러보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두산은 2조8600억원인 인프라코어의 매출액을 2015년까지 50조원으로 확대해 '글로벌 톱5'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2015년 그룹 매출의 절반을 인프라코어에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4세 경영도 본격화


두산은 이날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 상사BG 사장을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4세 경영 시대'도 함께 열었다.


박 부회장은 국내 기업 처음으로 창업주의 4세가 최고경영자로 올라서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01년 앞날이 불투명했던 상사BG를 맡아 비수익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사업 위주로 재구축,㈜두산의 턴어라운드를 주도해왔다.


또 산소주를 일본시장에서 1위 제품으로 성장시키는 등 남다른 사업수완도 발휘했다.


두산은 이밖에 다른 4세들도 지난해부터 그룹 요직에 포진시켰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박용오 ㈜두산 명예회장의 차남 박중원 두산산업개발 경영지원본부 상무,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기획조정실 상무 등이다.


그룹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박용곤 명예회장 형제들에 이어 이들 4세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