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부처 수장인 한덕수 경제부총리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기 국민경제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을 겸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 전반의 1차적 조정역은 경제부총리가 맡아야 한다"며 부총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의에는 한 부총리도 참석했다. 이 같은 언급은 최근 경제정책의 주도권이 청와대,총리실,여당으로 넘어가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실종됐다는 일각의 지적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난 한 부총리는 부동산 안정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당·청과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도 있었으나,최근 종합부동산세 과세 강화 방침 등 강도 높은 투기수요 억제조치의 가닥을 잡으면서 서울 강남지역 일부 집값을 내림세로 돌아서게 하는 등 정책조율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 혼선 주장을 염두에 둔 듯 경제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의 역할분담 영역을 분명히 밝혔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초기에는 경제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판단해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지시하는 일이 많았으나 요즘은 점차 줄여나가 경제부총리에게 맡기고 있다"며 "경제부총리가 거시·경기·중장기 과제 등 경제 전반에 대한 1차적 조정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실무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확고히 추진하되,민간 경제전문가들의 역할은 정책을 보좌하고 조언하는 '자문' 역할에 한정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정경제부 등 과천 경제부처 쪽에서 그동안 각종 자문위원회 등 회의체의 민간 전문가들의 정책 간섭으로 정책 효율성과 집행 속도가 떨어진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은 또 경제 분야의 총리 역할과 관련,"정치·사회문제가 겹치는 것은 총리가 조정·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권형 총리'로서 국정 최대 현안인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점검활동은 당연히 주도해야겠지만 비경제부처와의 정책조율,정책 추진과정의 이해집단 대립,대(對)국회관계 등의 조정·관리를 통해 경제수장인 경제부총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은 경제 외교 안보를 포함해 경제환경을 조성하는 시스템 구축과 이해관계가 대립돼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항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서도 정리했다. 정문수 경제보좌관은 이와 관련,"대통령은 통상적인 경제문제에는 관여하지 않고 경제부총리에게 일임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다만 경제부총리가 혼자 하기 어려운 점은 총리가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