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에 있는 H사를 다니는 김홍철 과장(34)은 아침 출근시간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에 내리기가 싫다. 시원한 전동차 안에 있다가 플랫폼에 발을 딛는 순간 밀어닥치는 열기로 짜증부터 나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찜통과 같은 환승통로를 불과 5분여 동안 걸어도 온 몸이 땀으로 젖기 일쑤다. 김씨는 "출발역인 신림역은 역사 내부 전체가 시원하다"며 "을지로3가역이나 명동역 신설동역 등은 너무 더워 전동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고통스러울 정도"라고 불평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지하철 1∼4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절반 이상의 지하철역이 냉방설비가 아예 없거나 갖춰져 있다 해도 시설 낙후로 냉방이 거의 되지 않아서다. 역마다 실내 온도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만도 많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김정훈씨(27·회사원)는 "5∼8호선은 144개 지하역사 모두에 터보 냉풍기와 자동온도 조절시스템이 구비돼 있어 역사 내 온도가 늘 28도 이하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1∼4호선에는 언제 이런 장비가 갖춰지느냐"고 궁금해했다. 서울시지하철공사에 따르면 1∼4호선 95개 지하역(전체 115개역)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개역은 아예 냉방시스템이 없다. 냉방설비를 설치한 지 10년이 넘는 1호선 서울역∼청량리역,2호선 시청∼을지로4가역 구간의 경우 실내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냉방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데다 시설도 낡았기 때문이다. 지하철공사 공사과 김종연 과장은 "이용객 수,시설 노후도,실내 공기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년 3∼5개역에 냉방장비를 새로 설치하고 있다"며 "이 비용이 역당 50억원 이상 들기 때문에 전면 개·보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사는 오는 9월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이대역,12월 4호선 명동역과 2호선 신설동역 역삼역에 각각 냉방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환승역 가운데 4호선 서울역과 2호선 왕십리역,3호선 수서역에도 이른 시일 내에 냉방시스템을 설치키로 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