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파티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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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빵의 명장(名匠) 푸알란 사망.불(佛) 애도 물결.라파랭 총리 '세계 식탁의 마술사를 잃었다' 성명." 본문인즉 프랑스의 제빵 명인 리오넬 푸알란(57)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하자 총리가 애도 성명을 내고 언론엔 추도특집,거리엔 시민행렬이 이어졌다는 것이었다.
푸알란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곁들여졌다.
제빵업자 집안에서 태어나 14살 때부터 빵을 만들기 시작,연구 끝에 맷돌로 빻은 밀가루에 바다소금과 누룩을 넣어 반죽한 다음 화덕에 굽는 16세기식 빵 제조비법을 계승해 프랑스는 물론 전유럽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얘기였다.
푸알란과 총리의 사진도 게재됐다.
기사는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가업의 계승 발전과 옛것의 전승 보전 등.무엇보다 가슴을 친 건 장인(匠人)에 대한 사회적 대우였다.
세월이 변한 걸까.
우리 식생활에서 빵과 케이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걸까.
국내에서도 파티셰가 떴다.
MBC TV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파티셰로 나오는데 이어 이달 말 개봉되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도 제빵사로 등장하는 게 그것이다.
파티셰(patissier)란 파티스리(patissirie) 전문가를 뜻한다.
파티스리는 케이크를 비롯,이스트를 쓰지 않는 빵과 과자,초콜릿 등을 총칭한다.
우리나라에선 구분이 잘 안되지만 실은 제과와 제빵은 다르다.
기준은 이스트 사용 여부.국내의 자격시험도 이스트로 부풀리는 식빵류와 바게트 등을 다루면 제빵,계란 버터의 거품을 이용하는 케이크와 쿠키 등을 만들면 제과 기능사로 나눠 치러진다.
파티셰 뿐이랴.식생활 관련직업만 해도 푸드 매니저,푸드 코디네이터에 초콜릿 전문가인 '쇼콜라티에'까지 등장했다.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세 가지 중 하나가 요리라고 하는 만큼 이들 전문가의 영역은 무한해 보인다.
드라마 속 파티셰 삼순의 태도는 당당하다.
파티셰에 대한 관심이 '직업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다양한 직종에 눈길을 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