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우크라이나가 중간에서 가로챘다고 주장하자 우크라이나 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일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우리의 천연가스를 훔치지 않는다면 가스 협력을 확대할 것이며 우크라이나 영토를 지나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도 우크라이나의 비협조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앞서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은 유럽으로 건너갈 78억㎥ 규모의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우크라이나 저장소에서 사라졌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러시아측의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지난 13일 여장부인 율리야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총리가 러시아를 겨냥해 포문을 열었다. 티모셴코 총리는 "(러시아가) 실제 있지도 않는 일을 발설해서 하나의 국가로서 우크라이나를 멸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극소량의 러시아산 가스도 빼앗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올해만 해도 유럽으로 건너간 러시아산 가스 규모가 계획보다 20억㎥나 늘었다"고 지적했다. 14일자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티모셴코 총리가 푸틴 대통령의 '도둑질' 운운 발언에 대해 훈계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티모셴코 총리는 특히 78억㎥의 천연가스가 사라졌다는 의혹이 나온뒤 가즈프롬측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1천㎥당 가스 가격을 50달러에서 160달러로 인상하려는 계획에 대해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러시아측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에 가스를 수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가스 가격을 대폭 인하해줬는데 이제는 국제 시세에 맞게 가스를 공급하고 가스관 사용 대가도 현금으로 내겠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티모셴코 총리는 오는 2013년까지 예정된 계약 내용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면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특히 이날 "다음 출장지는 이란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가스 공급지를 개발하고 다변화하기 위해 조만간 이란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은 티모셴코 총리가 모스크바 방문을 약속했지만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불화로 인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는 전체 수요량의 50%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