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알맹이 빠진 브리핑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14일 다시 한번 기자 브리핑에 나섰다.
지난 1일 대학교육협의회 총장세미나(대구),12일 방송통신대(서울)에서 열린 '학부모와의 대화'행사에 이어 보름도 안돼 벌써 세 번째이다.
주제는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둘러싼 논란'으로 전과 같았다.
내용도 대동소이했다.
그는 "대학 자율성이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해서는 안되며 학생 선발권도 사회적 책무성을 바탕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不) 원칙'을 흔들림 없이 확고하게 지켜나갈 것"이라는 입장도 다시 한번 밝혔다.
한 기자가 "왜 이렇게 브리핑을 자주하냐"고 묻자 "저의 생각이 언론에 의해 잘 전달되고 보도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호소하러 나섰다"며 멋적게 웃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오는 20일 같은 주제를 가지고 관훈클럽 토론회에도 나선다.
원래 바쁜 부총리이지만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별로 논술고사를 본고사처럼 출제하겠다는 것이 가장 나쁜 뉴스"라고 발언한 이후 정말 바빠졌다.
이날 대국민 담화 발표 및 브리핑도 13일 오후 급히 결정됐다.
교육부 일부에서 "논술고사인지 본고사인지는 빨라야 서울대가 예시문항을 내놓는 10월에나 판가름난다.
이제야 실체없는 논란이 사그라지려는 판에 부총리가 나서면 더 번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강행됐다.
13일 밤늦게까지 부총리가 집무실에서 담화문을 다듬었다고 하지만 이날도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새로운 것이 있었다면 "본고사 논쟁이 언론 탓"이란 부총리의 해석이 추가된 정도였다.
그는 "지난 6월 말 각 대학이 발표한 입시안에는 서울대가 지역균형선발을 늘리는 등 긍정적인 점이 있는데 언론이 종합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2008년에는 논술형 본고사 비중이 커진다'는 식으로 전달,논술 사교육 열풍 등 부작용이 생겼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의식해 뒤늦게 부산을 떨기보다는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주관을 갖고 정책을 입안하는 부총리의 모습을 보고 싶다.
김현석 사회부 기자 real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