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가 후반기를 시작한다. 등판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두번째 경기인 16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과연 전반기 막판 3경기에서 보여준 상승세를 후반기에도 이어갈 수 있느냐는 것. 즉 투수판 밟는 위치를 3루쪽으로 바꾼 효과를 계속해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찬호는 6월22일 LA 에인절스전에서 1이닝 8실점으로 부진한 뒤 6월27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부터 투수판 밟는 위치를 3루쪽으로 옮겼다. 결과는 대성공. 투수판 밟는 위치를 바꾼 후 3경기 성적이 20⅔이닝 동안 7자책점으로 방어율이 3.05로 자신의 전반기 전체 방어율 5.46보다 훨씬 뛰어난 피칭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대부분의 오른손 투수는 투수판의 1루쪽을 밟고 공을 던지고 왼손 투수는 반대로 3루쪽을 밟고 던진다. 오른손 투수인 박찬호도 1루쪽을 밟고 던졌고 시즌 초반에는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6월초부터 왼손 타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공략이 뜻대로 되질 않았다. 특히 주무기이던 백도어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자 볼카운트가 불리해졌고 하는 수 없이 스트라이크 한복판을 던지다 안타를 맞는 경우가 늘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투수판을 밟는 위치였다. 3루쪽으로 투수판 밟는 위치를 옮기자 왼손타자의 바깥쪽을 파고드는 백도어커브가 스트라이크존에 절묘하게 걸치기 시작했다.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같은 코스에 같은 공을 던지면 타자를 움찔하게 만드는 '백업커브'가 되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얻었다. 이는 약 61cm(24인치) 길이인 투수판의 3루쪽을 밟으면 서는 위치 자체가 오른손 타자의 몸쪽 스트라이크존과 거의 일직선이 된다. 그만큼 컨트롤이 쉬워질 수 밖에 없다. 오른손 타자의 몸쪽이나 왼손 타자의 바깥쪽에 스트라이크를 정확히 꽂을 수 있게 되자 강력한 슬라이더를 반대편 코스의 유인구를 던질 수 있게 됐다. 박찬호와 쌍둥이처럼 닮은 구질을 보유한 존 갈랜드(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바로 투수판을 밟는 위치를 1루에서 3루로 바꾼 이후 올 시즌 전반기에만 13승(4패)을 거두며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 했다. 박찬호는 지난해 시즌 초반에도 투수판 밟는 위치를 3루쪽으로 바꾸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1루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투수판 밟는 위치를 바꾼 뒤 최근 3경기에서 박찬호는 그야말로 최고의 피칭을 했다. 과연 그 상승세가 후반기에도 이어질 지 지켜볼 일이다. (알링턴=연합뉴스) 김홍식 특파원 ka12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