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나 마스터카드 로고가 찍힌 국제용 신용카드가 남발되면서 로열티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신용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신용카드사(은행계 카드사 제외)가 발행한 카드 5천600만장 가운데 외국카드사와 제휴돼 해외사용이 가능한 국제용 카드는 61%인 3천400만장, 국내용 카드는 39%인 2천200만장이었다. 반면 올해 1.4분기 신용카드(은행계 카드사 제외) 이용액 56조4천563억원 가운데 해외 사용액은 4천533억원으로 고작 0.8%에 그쳤다. 카드 10장중 6장이 국제용인데 비해 해외 카드 사용액은 100만원중 8천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해외에서 카드사용도 별로 하지 않으면서 국제용 카드를 발급받아 놓으면 개인은 물론, 카드사 차원에서도 돈이 낭비된다는 점이다. 우선 카드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국제용 카드의 연회비는 일반등급 기준으로 5천∼1만원대로 2천∼5천원대인 국내용 카드에 비해 배 정도나 비싸다. 또 카드사들은 국제용 카드 발급때는 물론, 카드사용 대금의 일정비율을 제휴 외국 카드사에 분담금 또는 회원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는 이렇게 외국 카드사로 유출되는 일종의 로열티가 연간 50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용 카드의 남발을 막기 위해서는 카드사가 신청자에게 국제용 카드와 국내용 카드의 장단점을 분명히 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카드 신청자의 상당수가 별다른 생각 없이 무작정 국제용 카드를 발급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기때문이다. 따라서 1인당 보유 카드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균 3.6장인 만큼 국제용 카드는 1장만 발급받고 나머지는 국내용으로 발급받도록 카드사가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는 여신전문금융협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6월 '카드사 고비용 구조 개선' 계획을 발표, 불필요한 국제용 카드 발급을 자제하기로 합의했고 카드사 기획팀장 회의를 통해서도 수시로 이 문제를 논의해왔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자사 카드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고 제휴 외국카드사로부터 마케팅 노하우 등을 제공받기 위해 국제용 카드 남발을 방치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비자코리아측은 "비자에 내는 분담금은 전액 회원사에 직간접적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어 로열티로 볼 수 없다"며 "카드사는 비자카드를 발급함으로써 컨설팅, 마케팅지원비, 상품개발지원 등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