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영국의 고용연금부에서 일하는 한 남자 공무원은 "정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여직원들과는 달리 남자들만이 제재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이 같은 복무규정이 역차별이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여론은 갈렸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는 의견이 있었는가 하면 '남성다움'의 정체성이 퇴색하게 됐다는 비판 역시 만만치 않았다. 우리 국회에서도 넥타이 해프닝이 벌어졌다. 불과 2년 전 보선에서 당선된 한 의원이 노타이의 콤비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려 하자 "여기가 나이트 클럽이냐"는 핀잔 속에 단상을 내려와야만 했다. '탈권위'를 내세운 17대 국회에서는 두루마기에 고무신을 신고 점퍼를 입는 등 복장이 자유로워지긴 했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부터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되기 시작했다고 하는 넥타이는,시대가 변해도 한결같이 남성의 품격을 나타내고 존귀함을 상징하는 액세서리였다. 그런 까닭에 공식적인 자리나 고급 레스토랑,클래식 음악홀 등을 출입할 때는 아직도 넥타이를 매는 게 관례로 굳어져 있다. 이제 넥타이에 대한 문제점이 의학계에서 제기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얼마전 미국의 '안과학회지'는 넥타이를 조여 매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안액(眼液)의 압력을 증가시켜 시신경 손상과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화이트 칼라 직장인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다소 이색적인 '노타이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넥타이를 풀면 체감온도가 내려가 결과적으로 사무실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고 아울러 화석연료 절감으로 이산화탄소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다면 "노타이 운동은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할 만하다. 정장이라고 하는 사회규범으로 굳어진 넥타이가 앞으로 남성들로부터 소홀히 취급될지 아니면 개성을 표현하는 장식품으로 더욱 사랑을 받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