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노동위원회에서 탈퇴키로 결정한 것을 놓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상급노동단체가 명분도 약한 사안을 들고 나와 노사정위원회에 이어 노동위에서까지 철수하는 것은 일선 노동자들의 권익과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는 반노동자적 행위란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7일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11일 산별대표자회의와 지역본부의장단회의 등을 통해 중앙ㆍ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직 사퇴를 결의하고 시기와 방법을 집행부에 위임했다. 민주노총도 14일 중앙집행위를 열어 노동위원회 등 노동부 산하 정부위원회 탈퇴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위원회 탈퇴는 정부의 반노동자적 노동정책을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 단기적인 불이익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자에게 더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전문가들은 양대 노총이 노동위를 빠져나오는 것은 개별 근로자들의 권익을 스스로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노동경제학)는 "노동계가 노동위를 탈퇴할 경우 중앙노동위와 지방노동위에 계류 중인 심판사건 처리과정에서 근로자 입장을 대변해줄 창구가 없게 된다"며 "불만사항이 있다면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지 지도부의 입장만 고려한 해결방식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승욱 부산대 교수(법학)도 "노동단체의 정부 위원회 참여는 권리이자 의무이며 노동위원회의 경우 개별 근로자의 권익과 직결될 수 있다"며 "정부위원회 탈퇴는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권리만 주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리더십이 약하고 국민들로부터 도덕적 신뢰마저 잃어가는 상황에 처한 한국노총 지도부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정부를 좀 더 강하게 압박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노동계의 노동위 탈퇴는 소수 집단에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전체 이익과는 상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윤 연세대 교수(법학)는 "한국노총이 정권 퇴진 등을 주장하며 노사정위와 노동위를 탈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하지만 정부도 궁지에 몰린 노동계가 빠져나갈 탈출구를 터줘야 현재 꼬여 있는 노정관계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노사분규 등 노사 간 권리 및 이익분쟁에 대한 판정을 내리고 조정·중재하는 곳으로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10~30명이 참여하고 있다. 노동계는 현재 대통령 자문기구인 노사정위와 노동부 산하 노동위,최저임금심의위 등을 비롯 정부 각 부처 산하 70여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중노위와 지방노동위에 참여하는 한국노총측 근로자위원은 168명이며 민주노총은 133명이다. 지난 6월말 현재 노동위에 계류 중인 심판사건은 중노위 575건(부당해고 439건,부당노동행위 133건,기타 3건),지노위 799건(부당해고 624건,부당노동행위 158건,기타 17건) 등에 달해 근로자위원이 빠질 경우 노동위 파행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