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0일 "지역구도 해소 선거제도 합의시 야당에 총리지명권을 준다"는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여야의 합의가 중요하다"며 야당측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은 노 대통령이 최근 밝힌 입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야당에게 각각 공식적으로 건의하고, 제안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연정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청와대는 인식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에게 건의한 만큼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의장이 말한 내용은 대통령이 그동안 말한 얘기들과 맥락과 취지가 통한다"며 "대통령은 여야가 대화를 통해 합의해낸다면 흔쾌히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협의 대상이자, 총리지명권을 받을 대상인 야당이 일제히 문 의장의 제안에 대해 즉각 거부 입장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상 문 의장의 제안은 선거제도 개편을 매개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大聯政)을 제안한 것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선거제도 개편은 여야합의 처리가 국회의 관행인만큼,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 한 선거제도 개편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선거제도 개편을 전제로 야당에게 총리지명권을 준다는 것은 곧 한나라당에 총리지명권을 준다는 제안이나 다름없는 것이며, 이것은 다름아닌 '대연정'의 실현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집권하면 2004년 총선후 다수당에 총리지명권을 부여하겠다" (2002. 10.7 경향신문 인터뷰), "국회 다수파에게 총리 지명권과 조각권을 줄 수 있다"(2005. 6.24 당정청 11인 회의)라며 총리지명권 이양대상을 '국회 다수파' '과반수 정당' 등으로 언급했지만, 문 의장처럼 총리지명권 이양대상을 "야당"이라고 밝힌 적은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라고 적시한 것은 그만큼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이 절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대연정' 제안 거부는 예상됐다는 점에서 그 다음 수순이 무엇이냐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나 문 의장의 제안의 '진정성'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여권의 제안을 정쟁거리로만 치부하지 말고 제안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대화하기 바란다"며 "지역구도 해결은 정치권 모두의 중요과제가 아니겠냐. 오죽하면 권력을 내놓겠다는 얘기까지 하겠느냐"며 대화를 촉구했다. 이 관계자는 '헌법 파괴적 발상'이라는 한나라당 비판에 대해 "프랑스의 사례도 있듯이 '연정'은 헌법을 파괴하거나, 바꾸지 않고 우리 헌법을 제대로 지키면서 충분히 실현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한나라당을 비롯, 야당들이 문 의장 기자회견 직후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선 만큼 우선은 야당의 입장을 정확히 분석한 후 빠르면 11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답'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기자 sgh@yna.co.kr